현대중공업그룹과 경쟁 치열할 듯···1조원 규모
인수할 경우 신사업 발굴·기존 사업 시너지 기대
‘성과주의’ 그룹 후계구도에서 존재감 높일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GS건설이 1조원 규모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참여는 최근 인수·합병(M&A)를 통한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GS그룹 내 후계구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건설업계와 투자(IB)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사모펀드인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주관사인 크리디트스위스증권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유진기업, MBK파트너스 등을 비롯한 6곳의 후보군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입찰 가격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자금력을 갖춘 GS건설이 뒤늦게 참여하면서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업계에선 GS건설의 인수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GS건설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조944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GS건설은 인수전에 승리할 경우, 사모펀드와 공동경영을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이 건설기계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경우 본업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특히 건설장비 시장 진출로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굴착기 1만여대를 판매했다. 중국 내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판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 4월 이후 23~99%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10년 내 중국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수전 참여는 GS건설의 신사업 강화 기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은 건설사 중 가장 활발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수처리·모듈러주택·배터리 재생·데이터센터 임대에 이어 엘리베이터 사업까지 진출했다. 신사업을 위한 M&A도 적극적이다. 올해 해외 주택 모듈러 업체 세 곳을 동시에 인수했고, 폐기물업체 코엔텍 M&A에서도 투자설명서(IM)을 수령해 초기단계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신사업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이끌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의 또 다른 배경에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도 나온다. 허 사장은 GS건설뿐 아니라 GS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GS그룹은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역량을 두루 갖춘 오너 일가에게만 경영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사장을 포함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등 4명이 그룹 4세 후계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허 사장 입장에선 신사업을 통해 ‘경영능력’과 ‘성과’를 보여줘야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규모가 크고 실적이 양호한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한다면 커진 몸집만큼 허 사장의 존재감도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건설장비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신사업 발굴과 사업영역을 다각화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 부문과의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고, 두산인프라코어가 갖고 있는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부수적인 인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