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 22일 기자회견 열고 사망 택배노동자·유가족에 사과···“재발방지 대책에 전력 기울이고 있다”
인수업무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 투입···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과로사 대책위 “대책 내용 대체로 환영···박 대표 약속 지켜져야”
[시사저널e=박지호 기자] 연이은 택배노동자 과로사와 관련해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가 사과했다. 아울러 다음달부터 택배 기사의 분류 작업을 돕는 인력 4000명을 투입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도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2일 CJ대한통운은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한 택배기사와 유가족에 대해 사과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는 이날 자리에서 사과문을 낭독하며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과 택배기사들과 과로사 문제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박 대표가 이튿날인 이날 직접 나서 사과한 것이다.
◇ 사과 이어 종합대책 발표
CJ대한통운은 박 대표 사과에 이어 과로사 문제 근절 종합 대책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분류 작업 인력 4000명 투입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자동화 시설 확대 △상생협력기금 마련 등 4가지다.
우선 택배기사들의 상품 인수 업무롤 돕는 분류 지원 인력 4000명은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현장에 투입된다. 그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가 꾸준히 제기했던 분류 지원 인력 투입이 대책안에 담기게 된 것이다. 단 4000명이 전부 신규 채용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집배점과 택배기사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1000명의 인력에 추가 3000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은 간담회에서 “단기 대책이 아닌 4000명을 지속, 장기적으로 투입하겠다는 뜻”이라면서 “각 서브터미널과 집배점의 상황을 고려해 운영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류인력 투입으로 CJ대한통운은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택배기사들은 이를 통해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어 내년 상반기 안에는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문제가 된 산재보험 적용 예외 신청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작업 강도 완화를 위한 시설 투입도 늘린다고 밝혔다.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에 이어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 분류장비(MP)도 추가 구축해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35곳의 서브터미널에 설치된 MP를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택배기사의 긴급생계 지원 등에 쓰이는 상생협력기금을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책위는 회사의 발표에 대체로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4000명 인력 투입에 대해서는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 평가했다. 다만 산재보험 100%가입을 권고 등에 대해서는 “전액 사용자 부담을 요구했던 대책위의 요구가 빠진 점, 대리점과의 계약에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계약조건으로 하지 않고 권고 수준으로 발표한 건 아쉬움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대표가 직접 발표한 만큼, 이번 대책만큼은 약속대로 꼭 이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롯데와 한진, 로젠, 우체국택배도 CJ의 전향적 조치에 화답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