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가입 반대 의견 우세
보험료 분담 방식 두고도 의견 달라
[시사저널e=변소인 기자]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벌써부터 당사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의무 가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관련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소득정보 파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조세와 고용보험 간 소득정보를 연계하고 TF 산하에는 소득파악팀과 소득정보인프라팀, 제도총괄팀이 구성될 예정이다. 국세청에도 소득파악 TF가 꾸려져 국세청에 신고된 정보로 소득을 파악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별도로 국세청에 소득파악TF를 꾸려진다. 소득파악TF는 14명으로 구성된 1과 4팀이 국세청에 신고된 정보를 통해 소득을 파악하는 일을 전담하게 된다.
기존 고용보험 가입 대상은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가입이 가능했는데 근로 장소, 근로시간(상용), 근로일(일용) 등에 따라 요건이 따로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런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특수고용(특고) 종사자, 플랫폼 근로자, 프리랜서 등은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소득을 기준으로 근로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에 가입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5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술인도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때 특고와 프리랜서 등은 가입 대상에서 빠졌는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올해 말까지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후 사회적 대화를 거쳐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단추로 소득정보 파악 TF가 꾸려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대상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보험사와 GA, 학습지 회사, 골프장 등 특고 관련기업 151개사를 대상으로 ‘특고 고용보험 도입에 대한 업계 의견’을 조사한 결과 설문조사에 응답한 기업의 88%가 당연가입에 반대했다.
당연가입보다는 특고 종사자가 고용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으면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64.2%)이나 ‘임의가입 방식’(23.8%)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고의 고용보험 도입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했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용보험료 분담방식의 경우 보험료를 사업주와 특고가 절반씩 부담하는 정부안에 대해 반대의견이 더 많았다. ‘특고가 전액 부담‘(26.5%)하거나 ‘사업주가 일부 부담해도 특고보다는 적어야’(31.8%) 한다는 응답비율이 58.3%였다. 사업자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현재의 방식에 동의한다는 응답비율은 41.7%에 그쳤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조세-고용보험 소득정보 연계 추진 TF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소득을 파악해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시킨다는 정책으로는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없다”며 “당장은 고용보험 가입 여부를 따지지 말고 소득이 감소한 모든 취업자에게 재난 실업 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할 때 특수고용노동자뿐 아니라 사업주와 전속 계약을 맺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전 국민 고용보험 TF가 논의한 내용을 보면 재원 확보에만 방점이 찍혀 있는데 코로나19로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구제할 것인가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직장갑질119는 220만 명으로 추산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비롯해 1300만명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면서 1300만명을 고용보험 임시가입자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보험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돈을 부담하게 되는데 이것을 전 국민으로 의무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 있다”며 “고용보험 기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의무 가입보다는 특고 등을 대상으로 한 재정 지원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