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착오송금 반환청구 금액 1조원 넘어···절반 이상 미반환
“정치권 내 공감대 형성···통과 가능성 높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금융 서비스도 온라인과 모바일 등 비대면 금융거래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착오송금 문제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1대 국회에서는 착오송금 피해구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착오송금 피해 급증···5년간 반환 청구 금액 1조1587억원 달해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착오송금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 착오송금 반환청구 및 미반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착오송금 반환 청구 금액은 1조1587억원, 건수는 51만4364건으로 집계됐다.
착오송금이란 송금인의 착오로 인해 금융회사나 수취인의 계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해 이체된 거래를 말한다.
착오송금 이후 돌려받지 못한 미반환 건수는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26만 9940건으로, 금액은 5472억원에 이른다. 미반환율이 52.9%로 착오송금의 절반 이상이 반환되지 못한 셈이다.
착오송금 반환 청구 건수는 2016년 8만2924건(1806억원)에서 지난해 12만7849건(2574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런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까지 착오송금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미비한 상태다.
착오송금 발생 시 송금인은 금융회사를 통해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사마다 착오송금 반환절차가 달라서 반환이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
또한 현행 제도 내에서 은행은 수취인의 동의 없이 송금인에게 임의로 돈을 돌려줄 수 없다. 송금인이 요청하면 타행 공동망을 통해 반환을 청구하는 형태지만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하거나 연락 두절, 압류 계좌 송금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반환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결국 송금인이 직접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법적절차(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를 밟는 수밖에 없다.
돈을 돌려받기 어렵다는 문제 외에도 최근 착오송금의 복잡한 반환절차를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사기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피해구제 법안 마련의 필요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의원은 “수취인이 돈을 돌려주기 전에 돈을 반환할 계좌가 대포통장이 아닐지 걱정돼 금융사에 상대 계좌의 안정성을 문의해도 개인정보보호상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며 “금융감독원에 문의해도 자신들은 확인할 수 없으니 금융기관에 문의하라고 한다. 착오송금 수취인은 계좌가 안전한지 아니면 본인이 보이스피싱 계좌에 연루될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나 금융기관에서 확실하게 계좌의 안정성을 보장해줘야 수취인 입장에서 확실한 반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20대 국회 이어 이번 국회서도 법안 발의···“여야 공감대 형성”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수년째 착오송금 피해 대책 등을 마련해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예금보험공사(예보) 업무에 착오송금 피해 구제업무를 추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통과가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나 제3자인 금융사가 개인 실수까지 돈을 투입해 구제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지적을 반영해 이번 21대 국회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정부의 재정이나 금융사의 출연 없이 수취인이 얻은 부당이득을 회수하고 피해구제에 따른 비용은 사후정산 방식으로 처리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착오송금 구제법안을 발의하는 등 법안 마련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재원 투입과 관련된 논란도 해결되면서 이번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유력시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에서 발의한 법안이지만 정부와 협의해서 추진한 개정안”이라며 “착오송금 피해구제 법안 마련에 여야 모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번 국회에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