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본 “이달 말 발표 목표로 실무 논의 진행”···2.5단계 용어도 거론
박기수 “시설 중심서 사람 중심 개편”···김우주 “내년 말까지 통용될 전략부터”

수도권 지역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 등 종사자와 이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일제 진단검사가 진행 중인 20일 경기도 시흥시 포동시민운동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대상자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지역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 등 종사자와 이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일제 진단검사가 진행 중인 20일 경기도 시흥시 포동시민운동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관계자들이 대상자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현재 3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선 3단계의 세분화가 핵심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양한 지적을 내놓으면서 무조건적 3단계 세분화는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0일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과 관련한 실무 논의를 10월 말 발표를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실시된 정부의 권고 수칙을 지칭한다. 지난 6월 28일부터 각종 거리두기 명칭을 사회적 거리두기로 통일하고, 코로나19 유행 심각성과 방역조치 강도에 따라 1∼3단계로 구분해 시행하고 있다.   

1단계는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소규모 산발적 유행이 확산과 완화를 반복하는 상황을 말한다. 2단계는 통상적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해 확산하는 단계를 지칭한다. 3단계는 지역사회에서 다수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대규모 유행 상황을 말한다.  

이같은 단계 구분은 정부가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일일 신규 확진자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정부는 2주간 동향을 토대로 1단계는 50명 미만, 2단계는 50명 이상, 100명 미만, 3단계는 100-200명 이상, 1주 2회 더블링 발생 등으로 기준을 규정해 놓은 상태다. 더블링은 일일 확진환자 수가 2배로 증가하는 경우가 1주일 내 2회 이상 발생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정부는 일단 현재 3단계를 세분화하는 방안을 위주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20일까지 전국에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가운데, 특히 수도권에서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 당시 이같은 단계를 ‘2.5단계’로 지칭했었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거론했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는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방역 상황에 따라 국민들이 일상과 방역을 공존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실제 경험해보니까 행정과 국민 생활에 일부 차이가 있으며, 그래서 0.5단계라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고위험시설 등 현재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연령별이나 지역별 코로나19 발생률 등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순하게 코로나19 위험도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감염병과도 비교해야 한다”며 “특히 사망의 위험도 등을 집중 분석해야 하는데, 현재 그같은 분석이 적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재 시설중심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맞춰 코로나19 질병 위험도와 사망 위험도 등을 기준으로 단계를 구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일일 신규 확진자 50명 이상 등으로 구분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기술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했을 때 국민들이 일부 시설의 폐쇄 여부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새로운 단계가 필요하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그는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너무 세분화하면 국민들이 혼란을 겪게 된다”며 “거리두기는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라는 점을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같은 거리두기 단계에서 정부가 구체적 방역을 지자체에 많이 넘겨준 상황”이라며 “지자체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선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방역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것”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국민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행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9개월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향후 기온이 더 내려가고 실내활동이 늘어나 확진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데, 국민과 업종에 대한 규제 위주에서 벗어나 국민을 믿고 그들에게 맡기는 방안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9개월 가량 진행됨에 따라 정부가 고위험시설 등을 일부 개편하려는 취지로 보인다”며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거리두기 단계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업종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련 시설 기준을 결정해야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다”며 “단순하게 단계별로 인원을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서 현행 3단계만 세분화하는 방안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발언은 무조건적 3단계 세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정부가 9개월간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상황에서 최소한 내년 말까지 통용될 수 있는 전략부터 세운 다음 현행 검사 방식과 의료시스템, 소통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두더지 잡기 전략만을 내세우며 거시적 정책을 결정할 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일단 3단계 세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되고, 일부 전문가는 단계를 너무 세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내년 말은 어렵더라도 정부는 당장 올해 말까지라도 내다보고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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