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계약 시에도 5% 상한 적용, 표준임대료 도입 유력 거론
공급물량 없인 한계 뚜렷···음성적 계약 및 주거의 질 저하 우려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여당이 출범시킨 미래주거추진단의 첫 과제는 전세난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전셋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10분 간 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웃돈을 5만 원 씩 얹어주거나 줄지어 입장하는 웃지 못 할 일이 횡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남기 경제부청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가격 상승요인에 대해 관계부처 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은 벌써부터 24번째 부동산 추가 대책 발표까지 점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가파른 집값 상승과 함께 전셋값이 장기적으로 폭등세를 이어갈 경우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부터 미래주거추진단 출범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셋값이 매맷값을 올리면서 집값 상승이 가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토되는 추가적인 전세 규제는 ▲신규 임대차 계약시도 인상률 5% 제한 ▲표준임대료 도입 등이다.
현재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임차인에 한해 임대차 인상률을 5%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들은 전세매물 보증금을 천정부지로 높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추후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며 보증금을 시세만큼 높이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일찌감치 올려 받는 것이다. 매물이 귀해 신규계약이 쉽사리 성사되지도 않지만 이렇게 나온 매물은 보증금이 불과 한 두달 전에 비해 수억 원 오른 채로 계약됐다. 이에 정치권은 새로운 세입자와의 신규 임대차 계약에서도 인상률을 5% 로 제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임대료 도입 가능성도 있다. 표준임대료란 주택 공시가격을 정하듯 표준주택을 선정해 기준이 되는 임대료를 법으로 정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건축연도, 주택구조, 유지관리상태, 유사지역 임대료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공정임대료를 산정하게 된다. 현재 윤호중 의원이 표준임대료 제도 시행을 위해 주거기본법 개정안 등 2건의 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난 8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표준임대료를 언급하며 여론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에 발맞춰 국토부는 해외 선진사례 등을 참고해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밖에 임대차계약 최대 6년은 현행 2+2 계약갱신청구권을 3+3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급 문제로 불거진 전세난을 집주인 옥죄기로 풀겠다는 대책이 더 상황을 꼬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임대료를 지정해줄 때 음성적 뒷거래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임대료 규제는 집주인이 임대수익 제한에 불만을 갖는 집주인이 집 개보수에 인색하게 되고, 결국 주택 노후화와 함께 임차인 주거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전세난은 더 가중될 공산이 크다. 30만가구 규모의 3기신도시 공급 계획에 당분간 임차인 지위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존 세입자도 최근 2~3년새 치솟은 집값에 부담을 느껴 내 집 마련을 미루는 경향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도 진정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67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연구원은 “수급 불균형이 즉각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전세 품귀는 수도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전세시장 안정화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난 해법을 찾기 위해 대책을 구성할 때는 시행 전에 실효성을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