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폐업 소상공인 급증·부채는 평균 4030만원···“침체 오래 지속돼 소상공인 재기까지 시간 오래 걸릴 것"
[시사저널e=차여경 기자]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1단계로 완화되면서 뷔페, 대형학원, 헬스클럽 등 제한업종 영업이 가능해진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폐업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권리금조차 못 돌려받아 재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2일부터 사회적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시켰다. 영업이 제한됐던 수도권 고위험시설 영업이 재개됐다. 감성주점,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실내집단운동, 대형학원(300인이상), 뷔페 등 10개 시설은 방역수칙을 지키며 다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실내 50명, 실외 1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 등은 허용되지만 자제 권고를 받는다.
하지만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폐업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외식업, 공연예술업 관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사회적거리두기 완화에도 적자나 부채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공연 중개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 박 아무개씨는 “사회적거리두기로 대부분 공연이 취소되고 소극장들도 문을 닫으면서 5월부터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다. 아직 폐업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올해 안에 문을 닫을 것 같다”며 “거리두기 1단계가 됐지만 아직 소규모 실내 공연은 재개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 폐업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욱 짙다.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해 잠시 영업을 중단했다가 임차금 등을 내지 못해 영영 폐업한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용산구 이태원이나 도봉구 등 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상권일수록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가 더욱 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 재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이 폐업까지 걸린 기간은 ‘3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48.3%로 절반에 달했다. 폐업한 소상공인들은 부채도 많았다. 소상공인들의 평균 폐업 시 부채는 4030만원이었다. 부채가 '800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0.5%나 됐다.
폐업의 원인으로는 ‘점포 매출 감소’가 66.3%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개인 사정' 8.8%, '운영 자금 부족' 4.8%, '보증금·임차료 인상 부담' 3.0% 등이 뒤따랐다. 폐업 과정상의 어려운 점으로는 '권리금 회수'(35.0%)와 '사업장 매도 및 기존설비 처분'(24.3%) 등이 언급됐다.
인천 학식뷔페를 운영하던 김아무개씨도 “9월에 폐업신고를 했다. 점점 예약이 급감해서 정부 보조금과 대출로만 버텼다. 지난달에 고위험시설로 뷔페 영업이 제한되며 3개월간 수입이 0원이었다”면서 “수입이 없는데 대출이자나 생활비는 나가니 결국 마이너스가 됐다. 일단은 폐업 후에 (재창업은) 생각해보겠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거리두기가 완화됐어도 소비촉진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폐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폐업점포재도전장려금 50만원과 특별피해업종 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사회적거리두기 완화된 것은 환영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심이 크고, 워낙 자영업과 소상공인 침체가 바닥까지 내려간 상황이라 (매출 등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거리두기 완화 발표가 나고 현장 소상공인에게 전화를 돌려봤는데 다들 손님이 많아지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하더라. 소상공인들도 비대면 배달이나 온라인 플랫폼 판매 등에 익숙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들은 투잡까지 해가며 재기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십년간 장사를 했던 소상공인들도 폐업을 한 상황이다. 권리금도 못 챙기고 폐업한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높은 임차비 등이 소상공인 여건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결국 정부에서 지속적인 추가 대책이나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을 것”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