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분양·시공 진행, 마진율 ‘쏠쏠’
불확실성 커지자 새로운 활로 모색

주요 건설사 자체 개발사업 추진 현황 / 자료=각 사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최근 분양 등 주택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형 건설사들이 자체 개발사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자체 개발사업은 부지 매입부터 분양, 시공 등을 모두 맡아 진행하는 만큼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아울러 택지 부족 등의 원인으로 정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건설사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여력이 큰 건설사들은 자체 개발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토지 매입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자체 개발사업이 가장 활발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하남 감일과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약 1500세대 분양에 나선다. 모두 자체 사업지다. 수요층이 풍부한 지역인 만큼 어렵지 않게 흥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인천 루원, 경기 양주, 김포 풍무 등 약 3조원 규모의 5개 사업지에서 자체 사업 분양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대우건설의 주택부문 실적이 자체 사업개발을 바탕으로 향후 3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추진본부를 신설하고 개발사업팀을 별도로 뒀다. 자금력을 활용해 개발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경쟁이 치열한 정비사업 대신 자체 개발사업을 통해 실적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토지 매입에도 적극적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진택배 물류센터 부지를 3067억원에 사들였다. 이곳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립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수원시 망포동 일대 한국농어촌공사 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현대건설도 자체 개발사업이 활발한 건설사 중 한 곳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두 곳의 자체 개발사업지에서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6월 분양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3차’는 인천시 역대 최고 분양가임에도 평균 44.7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무순위 청약에는 38가구 모집에 1만8017명이 몰리며 474.1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나타냈다. 1분기 분양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도 1순위 청약 접수에 6만여명 가까이 모이면서 흥행을 거뒀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개발사업에 노하우를 갖춘 파트너들과 협업을 하며 자체 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신한금융그룹과 ‘개발연계 실물자산 발굴 및 투자확대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도심 내 노후자산을 매입하여 일정기간 운영 후 개발을 통해 기존 자산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키는 개발연계형 실물자산투자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당시 장재훈 현대건설 개발사업실장(전무)는 “시공뿐 아니라 향후 실물 자산 투자를 통한 개발 및 운영 영역으로 더욱 확대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말 1조원에 이르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CJ제일제당 부지와 6월 1800억원 규모의 서울 구로구 쌍용차 서비스센터 부지를 확보했다. 업계에선 현대건설이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추가적인 개발 후보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이지스자산운용과 디에스네트웍스와 손잡고 매물로 나온 홈플러스 4개점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롯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룬 하나대체투자운용에 밀려나면서 인수 성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자체 개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과 인천 남구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대림산업과 GS건설 역시 자체 개발사업지를 확보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무 여력이 큰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사업 부지 매입이 재개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나 코로나19 등으로 건설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양질의 자체 사업의 지속 여부가 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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