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분기 5나노 매출 비중 8%로...아이폰 AP 등 첨단 공정 수요 지속 성장세
삼성전자, EUV 노광기 등 첨단 설비 확보 지속...내년 투자 확대 가능성도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파운드리 시장 선두 TSMC와 삼성전자의 미세 공정 기술 경쟁이 점차 설비 투자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양사 모두 기술 경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10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수요를 끌어 모으기 위해 극자외선(EUV) 노광설비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양사의 증설 투자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들어 신규 EUV 노광장비를 추가 확보하면서 20여대의 설비를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내년 ASML과의 추가 계약을 통해 총 30대 이상 EUV 설비를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내년을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대형 고객사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증설 투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ASML이 올해 35대에 이어 내년 45~50대 규모의 EUV 노광장비를 새롭게 출하할 것으로 본다"면서 “삼성전자가 1위 사업자인 TSMC를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 내년 TSMC보다 더 많은 EUV 설비를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은 전세계 10나노 이하 첨단 공정 수요의 성장세에 기인한다. EUV 노광기는 10나노 이하의 회로 선폭을 구현할 때 필수적인 장비로, 가격대만 1200억~1500억원에 달한다. IT 전문 외신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소재 파운드리 업체는 충분한 생산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인 하우스들에게 내년 주문을 미리 넣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5G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고성능컴퓨팅(HPC) 등을 중심으로 고성능 반도체의 위탁생산 수요가 성장하면서다.
경쟁사인 TSMC는 이미 올 하반기부터 5나노 생산라인을 완전 가동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올 3분기 매출 가운데 8%를 5나노 공정 매출로 채웠다. 이 회사가 5나노 공정에서 매출을 내기 시작한 것은 이번 3분기가 처음이다. 그럼에도 5G 스마트폰 AP, HPC, IoT 등 첨단 공정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용 A14 바이오닉 칩셋을 위탁생산한 가운데 AMD, 미디어텍,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시장에선 올 4분기까지 TSMC의 5나노 라인이 완전 가동체제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 기존 양산 설비로는 모든 주문에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첨단 공정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파운드리 2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EUV 설비를 확대해 TSMC를 추격할 전망이다. TSMC가 생산 용량 부족으로 대응하지 못한 7, 5나노 등 첨단 공정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관련 장비 조달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선 양사의 파운드리 시장 경쟁이 미세 공정 기술을 넘어 EUV 설비 증설 투자 경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미 양사는 올해 5나노를 두고 기술 격차를 6개월 내외로 좁힌 상태다. 신규 수요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새로운 기술 로드맵을 앞세운 영업은 물론, 7나노 이하의 첨단 공정 설비를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공을 들이는것은 결과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면서 "결국 7나노 이하 공정에 대해서 TSMC나 삼성전자나 전세계적으로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EUV 설비 전략을 짧은 업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업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풀이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후발주자로, 업력이 긴 TSMC 보다는 디자인 하우스나 IP 기업 등과의 협력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모든 기업들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에 대응하기보다 퀄컴이나 엔비디아 등 자체 설계 역량이 큰 대기업 고객사 수주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파운드리 설비 투자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물량 3300만개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 3건을 받는 것보다 1억개 물량 규모의 수주를 1개 받는 게 더 수익성이 높다”면서 “삼성전자도 비용 대비 효율 측면에서 관련 설비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