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이후 주가 반등폭 24% 수준에 그쳐···삼성전자는 40%↑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화웨이 이슈 등이 주요 원인
‘업황 여전’ 비관론···내년 업황 좋아 비중 확대 목소리도

삼성전자가 상승 흐름을 보이며 올해 최고치를 향해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대표주 중 하나인 SK하이닉스의 주가도 이를 뒤따를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업황 악화에다 화웨이 제재 이슈에 이렇다 할 반등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 ‘반도체 주가 흐름 좋았는데’···나홀로 반등폭 작았던 SK하이닉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증시 급락 이후 SK하이닉스는 코스피와 삼성전자 대비 지지부진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날 8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올해 3월 19일 종가인 6만9000원 대비 23.9% 상승한 수치다. 코스피와 삼성전자 주가의 경우 이 기간 각각 64.9%, 40.6% 올랐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증시 급락 이후 SK하이닉스가 코스피와 삼성전자 대비 지지부진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증시 급락 이후 SK하이닉스가 코스피와 삼성전자 대비 지지부진한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SK하이닉스 주가가 그동안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던 배경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업황과 관련이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각각 70%, 23.7%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 같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수요 감소 및 공급 과잉에 최근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것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매출 비중이 큰 서버용 D램(32GB 모듈) 가격은 지난달 평균 122달러로 올해 6월 143.1달러 대비 14.7% 하락했다. 서버용 D램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특수에 각광 받으면서 지난 4월까지 가격이 상승했지만 셧다운 우려 등에 선주문이 많아졌고 재고 증가에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PC용 D램과 낸드플래시메모리 역시 지난 7월부터 가격이 떨어진 이후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 이슈까지 겹쳤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5일 보안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에 미국 기술을 사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공급을 막는 제재안을 발동했다.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를 막겠다는 것으로 SK하이닉스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의 화웨이 매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11.4%(약 3조원)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 대장주인 삼성전자 역시 D램 및 낸드플래시메모리의 가격 하락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와 달리 반등폭이 컸던 것은 매출 비중이 가전 등 다양한 부문으로 분산돼 있고 반도체 내에서는 파운드리 부문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화웨이 이슈 역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매출 비중이 3% 내외로 적다는 점에서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 업황 부진 우려 여전···바닥론에 비중 확대 목소리도

SK하이닉스 주가가 보다 더 탄력을 받기 위해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재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이 여전히 좋지 못하다는 점은 SK하이닉스 주가에 여전히 부정적인 요인으로 분류된다. 서버용 D램의 경우 올해 4분기 100달러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PC용 D램도 가격 하락 추세가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낸드플래시메모리는 최대 내년 1분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와 4분기 실적 부진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올해 3분기의 경우 화웨이의 긴급주문에 따른 실적이 반영돼 선방은 하겠지만 지난 분기 대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권사들의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대체로 1조~1조3000억원 수준으로 2조원에 가까웠던 지난 분기 대비 부진한 실적이다. 4분기에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영업이익이 5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증권사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과는 반대로 비중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를 기점으로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낸드플래시메모리 부문의 부진으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해당 시기를 비중 확대 기회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며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반도체 재고는 정상 수준으로 하락하고 신규 서버 플랫폼 등장과 스마트폰 출하의 기저 효과에 따라 내년 수요 증가율은 매우 양호할 전망”이라며 “업황 바닥에 근접 중인 현재 상황에서 실적 및 주가에 단기적으로 부담 요인으로 조정이 발생한다면 이는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내년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더 반영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 종가와 같은 가격인 8만5500원으로 시작해 장중 한때 1.05%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전날 대비 2.46% 오른 8만76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