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분야 정점 찍어…신사업 통한 사업다각화 나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사진=엔씨소프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최근 본업인 게임에서 벗어나 금융⋅인공지능(AI)⋅엔터테인먼트 등 게임 외 분야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다다른 상황속에서 신사업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최근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JV)에 참여했다. 3사는 엔씨의 AI 기술, KB증권의 금융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증권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합작법인은 디셈버앤컴퍼니에 엔씨와 KB증권이 각 300억 원씩 투자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엔씨는 KB증권의 제안으로 AI 기반 기술 협력 방안을 상호 검토했고, 금융 AI 기술 확보와 AI 경쟁력 고도화를 목표로 합작법인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는 자사의 NLP 기술과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해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사람이 아닌 AI가 제공하는 ‘AI PB(Private Banking)’ 개발에 나선다. 엔씨는 ‘AI PB’를 디셈버앤컴퍼니의 맞춤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핀트(Fint)와 결합해 차별화된 AI 금융투자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2011년부터 AI 연구를 시작한 엔씨는 게임 산업을 포함해 자연어 생성 및 이해, 자연어 기반 질의 응답, 지식 추론, 데이터 탐지 등 일상 속에서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한 AI 기술들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엔씨는 현재 ‘AI센터’와 ‘NLP(자연어처리)센터’ 산하 5개 랩(Lab)을 두고 있으며, 전문 인력만 200여명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초대한 저녁 식사 자리에 김택진 엔씨 대표를 초대하기도 했다. 국내 수많은 IT 기업 가운데 엔씨를 초대한 것은 엔씨의 AI 기술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엔씨는 이미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PAIGE(페이지)’를 지난 2018년부터 서비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미디어 공동연구 성과 중 하나로 머신러닝 기반 AI 날씨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엔씨는 AI가 기사 내용을 파악해 관련 사진을 자동 추천하는 기술, 특정 이슈 흐름을 파악해 타임라인에 따라 자동으로 연표를 생성하는 기술 등을 추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엔씨는 이와 더불어 엔터 분야 진출도 노리고 있다. 엔씨는 최근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김택헌 수석부사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김택진 엔씨 대표의 친동생이다. 클렙은 엔씨소프트가 8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66.7%에 달한다. 사업 목적에는 영상, 웹툰, 온라인 음악서비스, 인터넷 방송 등 각종 엔터 관련 항목들이 포함됐다.

엔씨는 이미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 웹툰·웹소설 플랫폼 ‘버프툰’,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 ‘피버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엔터 관련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자회사 설립을 통해 엔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엔씨가 외도에 나선 것과 관련해 최근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다다른 것을 이유로 꼽는다. 과거만큼 드라마틱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엔씨의 경우 모바일시장에서 매출 1⋅2위 게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최근 게임 외 분야 진출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평소 많은 연구를 진행해 오던 AI와 다양한 행사를 통해 경험을 쌓은 엔터 분야부터 진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와 관련해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향후 AI 전문회사로의 변신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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