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배정옵션 제도 내실화와 공모주 배정방식 변경 등 거론
시장 과열 방지 및 효율화, 일반 개인 투자자 기회 확대 차원
“득 있으면 실 있어”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존재
기업공개(IPO)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IPO 제도 손질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상장 주관사의 공모주 주가 관리 책임 강화와 공모주 배정방식 변경, 수수료체계 개편, 5%룰 완화 등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 과열을 방지하고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기회를 많이 주자는 취지이나 업계 일각에서는 되레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IPO 시장 효율화 위해 제도 개선 나서는 금융당국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IPO 제도·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상장 후 요동치는 신규 상장기업의 투자심리와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기회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이미 금융당국은 증권사 IPO 담당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여는 등 제도 손질을 본격화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거론되고 있는 IPO 제도 개편 방안은 초과배정옵션 제도 내실화다. 초과배정옵션은 주관사가 발행사 주주의 기존 주식을 빌려 초과배정 주식을 청약자에게 넘기고,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상환하는 방식이다. 공모가를 웃돌 경우엔 신주 발행을 통해 주식을 상환한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효과에 2002년 도입된 제도이지만 대주주의 지분율 희석 등 우려에 유명무실화됐다.
이처럼 초과배정옵션이 다시금 거론되는 배경에는 최근 신규 상장 기업의 주가 흐름과 맞물려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모습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IPO 시장의 질적성장을 위한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상장한 기업의 수익률은 시장수익률보다 확연하게 낮았다.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주관사의 책임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모주 배정 방식 변경도 제도개편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최근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열풍이 불었지만 소액투자자들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 최근 진행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에서는 1주를 배정받으려면 최소 증거금 2025만원을 보유해야 했다. 이에 현행 ‘최소 20%’로 규정돼있는 공모주 일반투자자 배정분을 더 늘리는 방안과 중복 청약 금지, 추첨제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장주관 수수료 제도 개편 안도 나오고 있다. 상장주관 수수료 개편은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게 잡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현행 IPO 수수료 중에서 인수 수수료는 인수금액에 일정 수수료율(정률제)을 곱해 책정되는데 공모가가 높을 수록 주관사에 유리하다. 이를 정액제로 바꿔 주관사 이익과 무관한 공모가 산정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5%룰 완화, 코너스톤인베스터(초석 투자자)도입 등도 IPO 제도 개선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는 현재 5% 이상(이해관계인과 합산 시 10% 이상) 지분을 가진 비상장기업의 IPO 주관은 금지돼 있는데, 이를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IPO가 기업 발굴에 끝나지 않고 성장 지원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의도다.
코너스톤인베스터는 IPO 전에 공모주식을 인수하기로 약속하는 대형 기관투자가를 말한다. 이 제도는 올해 초 금융위원회의 ‘2020 업무계획’에 담겼던 내용으로 금융당국은 이 제도 도입으로 증권사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교환 자율성을 확대해 안정적 장기 투자자 확보 및 IPO 성공 확률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 IPO 제도 변화 움직임에 부작용 목소리도 나와
금융당국이 IPO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선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IPO 시장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이끌고 개인 투자자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거론되는 제도 개선안이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선 공모주 배정방식과 관련해서 개인 투자자들의 배정 비율을 높이게 되면 되레 주가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부작용이 제기된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일부 물량에 한해 일정 기간 보호예수가 걸리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이와 무관하게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이는 곧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청약 미달 시 주관사와 투자자들의 부담 확대 등도 우려된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상장 철회 등으로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일반 청약에서 대규모 미달이 발생할 경우 이를 물리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수수료 제도 변경과 초과배정옵션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수수료 정액제와 관련해선 특례기업 등과 같이 상장절차가 쉽지 않은 기업의 상장주관 의지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제기된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수수료의 하한선이 높아지게 돼 상장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초과배정옵션의 경우 무차입공매도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 탓에 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차입하는 공매도가 따라야 하는데 지분 희석 우려 등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이 과열로 이른바 ‘공모가 뻥튀기’와 이에 따른 상장 후 주가 변동성 확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전체적인 문제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기업과 공모가 수준에 대한 평가가 이미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 역시 언제든 침체될 수 있고 제도 변화가 자칫 이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