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입찰 유찰시 수의계약 가능성 열려···업체 입찰 상황에 따라 경쟁 입찰 진행
롯데·신라·신세계·현대百면세점, 입찰 놓고 눈치···“경우의 수 많아 끝까지 고민”

지난 5일 인천공항 면세구역. /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인천공항 면세구역. / 사진=연합뉴스

올해 두 차례 입찰에도 흥행에 실패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전이 다시 진행된다. 직전 입찰 때와 같은 계약 조건으로 이뤄지지만, 수의계약 가능성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면세업체들은 입찰 직전까지 눈치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2일 면세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13일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6곳의 입찰 참가신청서를 받는다. 입찰에 포함된 사업권 중 대기업은 DF2(화장품·향수), DF3·DF4(주류·담배), DF6(패션) 분야다. 입찰 참가신청자들은 이날 참여 의사를 결정하고, 13일까지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입찰 계약 조건은 직전 입찰 때와 동일하다. 여객 수요가 전년 동기의 60%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 최소보장금(임대료) 없이 영업료(매출액에 품목별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만을 납부하고, 입찰될 경우 10년 사업권을 보장한다.

앞서 인천공항은 두 차례나 같은 구역을 놓고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지만 입찰 업체 수 미달로 유찰되거나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가 코로나19로 사업권을 포기하거나 계약하지 않았다. 이로써 면세업계는 이번에도 유찰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국가계약법에 따라 세 차례 경쟁 입찰이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다. 수의계약을 진행할 경우 공사와 1대1로 협상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쟁입찰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이로써 계약조건은 변함이 없지만 수의계약 참여 자격을 얻기 위해 지난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면세업체들도 참여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반대로 섣부르게 입찰에 참여하면 기존과 동일하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장기적인 코로나19 사태에서 최장 10년 영업 보장을 하기 때문에 장기간 손실을 끌어안게 될 수 있다.

한 대형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경우의 수가 많다”면서 “이미 지난 유찰에서 경쟁 유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찰보다는 3차 입찰도 유찰시킨 후 바뀐 조건을 보고 4차 입찰에 나서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입찰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지난번 입찰과 조건이 동일한 만큼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략을 바꿔 입찰 구역은 지난번과 다르게 써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인천공항 구역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경우 입찰에 실패하면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매장을 모두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인천공항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면세점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호텔롯데 상장에도 힘을 보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이 노리는 구역은 DF3과 DF4로 점쳐진다. 이 두 매장 모두 주류와 담배 상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제2여객터미널에서도 이미 주류 및 담배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제1터미널에서도 DF3·4로 주류부문 구매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 면세점의 핵심 구역인 DF2(화장품·향수) 구역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참여 여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신세계면세점은 직전 입찰에서도 규모가 작은 DF6 매장에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역시 비슷하게 써낼 가능성이 크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화장품·향수를 중심으로 공항 면세점 사업을 지난 2008년부터 키우고 있다. 사실상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모든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 상황이지만, 계약 조건이 바뀌지 않는 이상 다시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검토하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이번 입찰은 막판까지 눈치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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