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자리서 처음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 밝혀
허위매물·가격산정·품질 등 기존 중고차 문제 해결 할 수 있어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중고차의 경우 이력과 품질이 항상 문제였는데, 완성차 업계가 진출해 이를 해결하고 소비자 권익을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서의 가격 산정과 품질 평가 등 거래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며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선 완성차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중고차 매매업은 시장규모가 20조원에 달하며, 거래규모는 224만대 수준으로 신차보다 1.3배 가량 많다. 매년 수백만대의 중고차가 거래되고 있지만, 그동안 중고차 매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과 확장이 제한됐다.
SK가 SK엔카를 매각한 뒤엔 케이카, 엔카, 오토플러 등이 그나마 규모가 크고 나머진 영세업체로, 그 수만 5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사업자들이 많다보니 허위매물에 대한 관리도 허술해,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주요 수입차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만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사업 범위에 대해 중기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다른 사용자 단체 등과 협의하면 기존 영세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과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십 년간 쌓은 자동차 판매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공개해 허위 매물과 고무줄 가격 등 기존 중고차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기부는 현대차에 추가 상생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중고판매업도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출해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고차 업체는 대기업의 진출에 반대하고 있어, 현대차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은 결국 소상공인 위주의 중고차 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대규모 실업자를 낳게 될 것”이라며 “또한 중고차 가격이 오르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