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대안 될 수 없고 세금 낭비라는 지적
소상공인 살리기 위한 가장 유용한 대책

지난 9월 28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역화폐의 효과를 강조하며 경제 살리기의 핵심 열쇠로 ‘억강부약’을 제시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제공
지난 9월 28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전국 소상공인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역화폐의 효과를 강조하며 경제 살리기의 핵심 열쇠로 ‘억강부약’을 제시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제공

지역사랑상품권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정치 이슈로도 번지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할 때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를 두고 세금 낭비라는 의견과 내수 진작 대책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역화폐로도 불리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지자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지역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발급되기 시작했는데 일부 지역에서 시작돼 현재는 대다수 지자체에서 발행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서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외에 지자체에서 긴급재난기본소득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많이 발행해 지급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중 230개 지자체가 6조원 규모 지역화폐를 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도 이런 기조를 반영해 하반기 경제정책에 대해 발표하면서 경제소비·지역경제 활성화대책으로 지역사랑·온누리상품권 발행 물량을 내년에 15조원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 대다수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급하면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로섬 게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비용이 드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지난달 15일 낸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전 국민의 소비 총량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그저 소비 총량을 나눠 가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소비를 지자체 안 소상공인의 매출로 끌어올 순 있지만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타 지역 매출 감소를 수반한다는 게 조세연의 입장이다.

현금보다 활용성이 낮은 지역사랑상품권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지자체는 10% 할인된 금액으로 지역화폐를 판매하고 있다. 그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조세연은 “할인된 지역화폐를 자발적으로 소비자가 구입하는 경우는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 경우 정부의 보조금 지급으로 재정지출이 발생한다”고 명시했다.

조세연의 이런 주장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매우 활성화시키면서 긍정적 효과에 대해 크게 지지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지출을 늘려 가계부채를 건전화하고 이를 지역화폐로 지급해 돈이 강제로 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바다가 메마를 땐 그물코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의 지갑이 메말라가는 상황에서 지역화폐를 통해 가계와 골목을 살리고 돈이 나라 경제의 말단까지 돌게 해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연구원(경기연)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역화폐 결제액이 100만원 증가할 때 소상공인 매출액은 145만원 증가한다”고 나와 있다.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지난달 17일 성명을 통해 “유통대기업의 시장 침탈로 갈수록 암담해지는 시장 상황에 지역화폐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고 평가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면 화폐 유통량이 늘어나고 동네에서만 사용하도록 하니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국민들이 갚게 된다. 궁극적인 경제 처방이라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정부에서 발행하는 화폐와 달리 지역사랑상품권은 수표나 백화점 상품권처럼 누군가가 갚아야 하는 구조”라며 “지역사랑상품권 덕에 경기가 활성화되었다하더라도 이는 잠정적인 것이고 누군가는 계속 갚아야하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장기적으로 쓰면 안 된다. 공교육에서 제대로 공부해야지 과외 선생한테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