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컨설팅 신청 소식에 주민 반발 거세
“수지분석 위한 것···공공재건축 전제 아냐”
잠실주공5단지도 참여 불투명
서울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의 공공재건축 사업이 물 건너 간 모습이다. 앞서 이 단지는 공공재건축에 앞서 사전컨설팅을 신청해 사업 참여가 점쳐졌다. 하지만 과도한 기부채납과 임대주택 증가 등으로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유주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급기야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에서는 “공공재건축을 절대 하지 않겠다”며 소유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은마아파트와 함께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잠실주공5단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에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한 두 단지의 공공재건축 사업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의 수도권 5만 가구 공급 계획도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은마·잠실5단지 참여 시 1만6000가구 공급···목표 물량의 30% 차지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설립한 공공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에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서울 아파트 단지는 15곳이다. 사전컨설팅은 공공재건축 진행시 공사비와 일반분양가, 사업 수익률 등을 추산해 조합이 사업 참여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절차다. 특히 이번 사전컨설팅에는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참여했다.
현재 공공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상징성 있는 단지들의 참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8월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 방안으로 ‘공공재건축’을 내놨다.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에서 50층으로 올리고 용적률을 300∼500%까지 높여 재건축 단지의 주택을 늘리는 내용이다.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단지에는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재건축을 통해 향후 5년간 수도권에 5만가구를 공급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가 참여한다면 최대 용적률 500%를 적용할 경우 1만6000가구 공급이 가능하다. 두 단지만으로도 목표 물량의 30%를 채울 수 있는 셈이다. 관악구 건영1차(492가구), 용산구 중산시범(228가구), 광진구 중곡아파트(270)가구 등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나머지 단지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정부로서는 두 단지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주민 반대 극심, 참여 불투명···추진위 “기존 계획안의 수지분석 차원에서 신청”
다만 이들 단지가 공공재건축에 실제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소유주와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가구의 절반 이상을 공공이 환수하는데다 용적률 향상으로 ‘빽빽한 닭장 아파트’가 될 수 있는 만큼 주거 쾌적성이 떨어져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공재건축은 공공성 확보를 위해 늘어난 주택의 50~70%를 기부채납하고,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 중 90% 이상은 환수해야 한다. 정부는 기부채납 받은 주택은 장기공공임대(50% 이상)와 무주택·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50% 이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남 노른자 입지에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점도 거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사전컨설팅 신청 전에 의견 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주민들의 반발심을 키웠다. 사전컨설팅은 주민 동의 없이도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이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민 동의도 받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재건축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과 함께 추진하려면 전체 주민의 50% 이상, 공공이 단독으로 시행하면 조합원의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발이 커지자 집행부에선 진화에 나섰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최근 전체 공지를 통해 “추진위는 정부가 제시하는 공공재건축을 절대 하지 않는다”며 “왜 비싼 땅과 최고의 요지에 닭장 같은 집을 짓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재건축을 한다는 전제가 아니라 앞서 진행되고 있던 계획안에 대한 수지분석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유주 달래기에 나섰다. 잠실주공5단지 역시 컨설팅일 뿐이지 공공재건축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이르면 이달 안에 15개 단지의 사전컨설팅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공공재건축 선도 사업 후보지를 선정한 뒤 주민 동의 절차 등을 거쳐 연내 사업지를 확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