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앞세워 내년 상장 나설 듯
올해 상반기 순이익만 4049억원 ‘실적 순항’
대표 주관사 자리 경쟁도 치열할 듯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연달아 흥행을 보인 가운데 다음 타자로 게임회사인 크래프톤이 지목되고 있어 주목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라는 우량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업계 상위 실적을 내는 회사다. 기업 가치만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주관사 선정 여부부터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빅히트 뒤이을 타자로 크래프톤 주목···기업 가치 최대 30조원 평가도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공개 시장이 기업가치가 조(兆) 단위인 대형 IPO를 중심으로 활기를 띄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최근 진행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까지 어김없이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경우 IPO 시장이 주춤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공모 청약에 역대 2위 규모인 58조4000억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대형 IPO가 연이어 큰 인기를 끌면서 다음 주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크래프톤이 지목된다. 크래프톤은 2007년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등이 설립한 국내 게임사다. 2018년까지 블루홀이라는 사명을 사용하다 펍지, 피닉스, 레드사하라, 딜루젼 등 제작 스튜디오 전체를 포괄하고 글로벌 시장 브랜딩을 강화하기 위해 사명을 크래프톤으로 변경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연달아 흥행을 보인 가운데 다음 타자로 게임회사인 크래프톤이 지목되고 있어 주목된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연달아 흥행을 보인 가운데 다음 타자로 게임회사인 크래프톤이 지목되고 있어 주목된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크래프톤은 PC·모바일 기반 1인칭 슈팅게임(FPS)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업계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실제 PC버전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출시돼 글로벌 누적 이용자 7억명을 돌파하며 크게 흥행했다. 모바일 버전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2018년 5월 출시 이후 가입자 2000만명,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6억건이 넘어서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크래프톤이 특히 IPO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 같은 흥행작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실적에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를 앞세워 올해 상반기에만 연결 기준 88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137억원, 4049억원이었는데 이는 게임업종의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4504억원)과 순이익(3538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크래프톤의 실적은 지난 9월 성공리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크래프톤과 사업의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상반기 매출 2029억원, 영업이익 287억원, 순이익 2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크래프톤과 18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이후 이른바 ‘따상’(공모가 두배 가격에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하며 한때 시가총액이 6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실적에 따라 기업가치도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가치 평가에 사용된 주가수익비율(PER) 34.90배를 크래프톤의 단순 연환산 순이익(상반기 순이익*2)에 적용하면 크래프톤의 평가 시가총액은 28조2620원에 이른다. 크래프톤과 포트폴리오 구성이 비슷한 것으로 평가되는 펄어비스의 PER 19배를 적용하더라도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15조원을 넘어선다. 펄어비스의 PER은 게임업종 평균 PER(30~40배 수준)보다 낮다는 점에서 이는 보수적인 추정치다.

이미 장외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의 가치가 높아진 상태다. 비상장 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크래프톤의 주식은 주당 174만원(매수호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한 달전만 하더라도 크래프톤의 비상장 주식 가격은 125만원 수준이었다. 매수호가 174만원 기준 추정 시가총액은 14조6000억원 수준인데, 비상장 주식 투자자들은 크래프톤이 상장하게 되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판단하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에 치우친 매출 구조는 기업가치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분류된다. 크래프톤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자회사 펍지주식회사의 매출이 인식된 영향이 컸다. 크래프톤의 개별 재무재표 기준 상반기 매출은 103억원에 불과한데 펍지는 같은 기간 857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실상 배틀그라운드의 성과에 따라 크래프톤의 실적이 좌우되는 것이다. 지난 9월 펍지의 비개발 부문을 합병해 배틀그라운드로 발생되는 매출을 크래프톤에서 인식되도록 했지만 여전히 하나의 IP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불안감은 존재한다.  

◇ 초대어 잡아라···상장 주관사 선정 여부에도 관심 ‘UP’

크래프톤이 IPO 초대어로 꼽히면서 상장 주관사에 어떤 증권사가 선정될 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현재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외 증권사에 전달한 상태다. 다음 주 입찰제안요청서 발송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주관사 선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빅3’(BIG3·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주관사 중에서 대표 주관사가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들 모두 초대형 IPO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쌓여있고 게임업체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트랙레코드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여기에 삼성증권, KB증권 등 다른 국내 증권사나 외국계 증권사가 공동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함께 올릴 가능성도 제시된다.  

우선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카카오게임즈의 상장을 흥행 속에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펄어비스도 상장시킨 이력이 있다. 펄어비스는 크래프톤과 유사하게 ‘검은사막’이라는 하나의 IP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회사다. 펄어비스도 상장 당시 IP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됐고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 넘게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도 만만치 않다. NH투자증권은 2017년 게임업계 대형사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중 하나인 넷마블을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당시 넷마블은 13조원이 넘는 밸류로 시장에 데뷔했다. 또 NH투자증권은 ‘킹오브파이터’로 유명한 일본 게임업체 SNK의 한국 IPO도 대표로 주관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엔 올해 8월 소셜 카지노 게임업체 미투젠과 2018년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로 유명한 베스파 등 IPO를 대표로 주관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흥행에 따라 게임업종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의 IPO에도 자연스레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크래프톤의 대표 주관사 자리는 증권사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는 빅3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에도 마찬가지여서 주관사 선정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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