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금투·대신證 CEO에 중징계안 사전통보···라임사태 관련 '내부통제 미흡' 결론
증권사CEO 징계안 놓고 실효성 논란···DLF와 달리 라임은 금융위원회가 징계 결정권자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KB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 전현직 CEO를 상대로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했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처럼 금융감독원이 CEO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징계안은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과 함께 DLF 사태와 징계 결정권자가 다르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DLF사태 당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나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한 징계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관계 법령을 근거로 전결 처리했다. 이번 증권사 CEO들에 대한 징계 권한은 금융위원회에 있다.
◇ 금감원의 ‘라임 칼날’, 전현직 CEO 향하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오후 늦게 금융감독원은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을 상대로 라임펀드 부실사태와 관련한 징계안을 사전통보했다. 이 징계안에는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현 각자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요구(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구분되고 각 징계는 법조문상 제35조 1항 1~5호로 표기된다. 이 가운데 1~3호(해임요구·직무정지·문책경고)는 중징계로 분류되며 징계 이후에 연임 및 금융권 취업이 수년간 제한된다. 해임요구는 5년, 직무정지는 4년, 문책경고는 3년이다.
통상 중징계는 금융권 퇴출 조치로 여겨졌고 중징계를 사전통보 받으면 해당 CEO는 즉시 물러나는 것이 관행이었다. 즉 금융감독원의 이번 사전통보는 즉시 현직인 CEO들에게 즉시 물러나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전 통보 외 다른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라임사태와 관련해 현재 환매중단된 규모는 1조6679억원 규모에 이른다. 증권사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3248억원으로 가장 많다. 대신증권은 1076억원, KB증권은 681억원 가량이 환매중단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이 증권사나 은행에 있다고 판단하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에 검사의견서를 보냈고 이와 관련해 답변서를 제출받았다. 이를 토대로 검토한 결과 KB증권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와 관련한 내부통제기준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고 신한금융투자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부서가 라임과 공모했으며 대신증권은 2000억원의 라임펀드를 팔면서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있는 금융사의 내부통제장치 의무조항을 근거로 징계를 결정했다. 앞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상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내부통제시스템 부실을 근거로 구성훈 당시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진 바 있다. KB증권·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 손태승·함영주와 다를 가능성도
금융감독원은 앞서 DLF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의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일시 정지된 상태다.
DLF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당시 은행장을 맡고 있었기에 DLF사태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CEO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징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와 이번 증권사CEO 징계안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선 DLF사태처럼 법률상으로도 모호한 내부통제기준을 근거로 CEO를 제재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과도하다’는 지적도 그치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서울행정법원은 손태승 회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금융당국이 추상적·포괄적 사유만 제시하고 구체적·개별적 기준이 없다”고 꼬집었다.
징계 실효성과 적절성을 놓고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는 현재 금융투자협회장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확인해본결과 이번 선출직인 금융투자협회장은 최종징계 결정과 무관하게 임기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의 경우에도 2019년 1월 부임해 올해말 임기가 끝난다. 임기 막바지라 징계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경은 전 대표와 김병철 전 대표의 경우에도 퇴사 이후 아직까지도 금융투자업계 복귀 관련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 권한은 금융감독원이 아닌 금융위원회에 있다는 점도 변수다. 법률과 시행령을 살펴보면 은행과 보험사 임원에 대해 문책경고 이하 3~5호 징계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 금융감독원장은 전결로 문책경고 징계를 처리해왔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 역시 당시 은행장이었기에 이러한 방식이 가능했다. 이마저도 올해 3월 행정법원은 “시행령을 살펴보면 은행의 경우 상호저축은행에 한해서만 3호(문책경고)의 위임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기에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에 대한 문책경고 징계 권한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새롭게 해석한 상태다.
법률과 시행령상 금융지주사나 증권사(금융투자업자), 여신전문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엄연히 금융위원회 소관이다. 은행과 보험사와 달리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에 징계를 ‘건의’할 수만 있다.
금융감독원의 제재심 이후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결정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간다. 앞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해 임원을 징계할 당시에도 금융위원회가 징계 결정권자였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사안이 중대하고 징계 당위성에 이견이 없었기에 금융감독원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징계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번 증권사 CEO 징계안을 금융위원회가 그대로 승인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앞서 손태승·함영주 징계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전결권을 이용한 것을 놓고 ‘금융위원회 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위원회는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 전결처리를 놓고 금융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낮출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