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매장 확보에 적극 나섰던 현대百면세점, 내실 경영에 방점
코로나19로 매출 악화, 보유한 면세점 집중 경영할 듯
제1여객터미널, 제주점 등 추가 진출은 “검토하겠다” 밝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모습. / 사진=연합뉴스

공격적으로 면세 사업을 키웠던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내실 경영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규모의 경제 실현 대신 내실 경영을 통한 안정화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그동안 현대백화점은 면세업계 후발주자로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해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6년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하면서 시장에 첫 발을 들였고, 특허를 획득한지 2년 만인 2018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시내면세점 1호점을 개점했다. 이후 올해 초 동대문에 위치한 두타몰에 2호점을 개점했고,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까지 진출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현대백화점은 그간 코로나19 위기에도 강남, 강북 상권을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7일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은 신규점 오픈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97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 역시 4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줄였다.

이처럼 코로나19에도 선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공항면세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로 악화된 업황을 고려해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여기에 올해 9월 오픈한 인천공항점은 면세점의 핵심 요소인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지 못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인천공항점은 현재 발리·에트로·몽클레르·코치·롱샴·모스키노·제냐·미우미우·엠씨엠 등 9개 브랜드만 유치한 사애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인천공항점 이전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이 당시 에르메스·발렌시아가·펜디 등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켰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당초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사업구역 추가 획득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왔다. 하지만 공항 면세점의 매출 회복 상태가 예상보다도 원활하지 않자 기존 사업 운영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올해만 두 곳을 추가 오픈하며 외형 확장으로 인한 임차료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지선 회장의 경영 방식이 면세 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회장은 이른바 ‘돌다리 경영’으로 불리는 경영 방식으로 다른 유통 총수와 달리 보수적인 경영을 펴는데, 면세점의 경우 현재 3개 사업장으로 면세사업의 성장 발판은 어느 정도 갖춰진 만큼 이를 안정화시킨 후 다시 공격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제주점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공고가 나올 제주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놓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제주 시내면세점 진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물론 제주 지역도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10년 사업권이 걸려 있고 관광 특화 구역이라는 특성상 중장기적 사업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예정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사업 검토에 대해서도 추후 관련 공고가 나오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은 10년 사업권을 보장함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유난히 순탄하지 않다. 공격적인 투자를 보였던 현대백화점은 잠시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기업 면세사업자 특성상 아예 외형 확장을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재입찰에 대해서 아직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인천공항점 브랜드는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점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점이나 제2여객터미널은 아직 공고가 나오지 않은 만큼, 향후 검토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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