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신차 출시에 겹치는 모델 늘어나며 싼타페 가격·성능 경쟁력 악화
신형 출시에도 판매 부진···연 7만대 판매도 위태
팰리세이드·쏘렌토에 밀리는 데다 GV70·투싼까지 가세
현대자동차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신형 출시에도 부진하며 ‘국민차’ 체면을 구겼다. 싼타페는 지난 6월 말 신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월 7000대 판매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싼타페 부진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모델 세분화 전략이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새로운 차종이 매년 추가되면서 모델간 차이를 두기 위해 트림별로 가격을 세분화하는 등 차별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늘어나는 신차에 겹치는 모델들이 생기면서 내부 경쟁에서 밀리는 차량이 발생하고 있다. 그 중 싼타페가 희생양이 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싼타페 판매는 4520대로 전월 대비 27.4%, 전년 대비 42.1% 감소했다. 베뉴, 코나, 투싼, 팰리세이드 등 다른 현대차 SUV 판매가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 중 싼타페가 가장 최근에 신형이 나왔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1~9월 싼타페 누적 판매는 4만3100대로 현 추세대로라면 연 7만대 판매 달성도 위태하다.
싼타페 부진의 시작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 나오면서부터다. 현대차는 완전 신차인 팰리세이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최저 트림 가격을 3573만원으로 책정하는 파격 정책을 실시했다. 한 체급 낮은 싼타페의 중간 트림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업계에선 싼타페가 팰리세이드 흥행을 위한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현대차는 최저트림과 최상위 트림 가격차이를 1000만~1200만원 정도로 설정하는데, 팰리세이드는 2000만원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낮은 트림의 경우 싼타페와 가격대가 겹치면서, 싼타페 고객이 이탈하고 팰리세이드로 쏠림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5만2290대를 판매하며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같은 해 싼타페 판매는 8만6198대로 전년 대비 15%가량 감소했다. 팰리세이드는 출시한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출고대기 기간이 6개월가량 걸리는 등 판매수치보다도 실제 인기는 더 높은 상황이다.
올해는 형제격인 기아차 쏘렌토에 밀리고 있다. 싼타페는 쏘렌토보다 늦게 출시했지만, 최근 판매량은 오히려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신차효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쏘렌토는 지난 3월 신형 출시 이후 8월을 제외하면 매달 9000대 이상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두 차종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성능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전장이나 휠베이스(축간거리)의 경우 쏘렌토가 더 길고 연비도 높은데 비해 가격은 싼타페가 100만원가량 비싸다. 지난 2017~2019년 두 모델을 살펴보면 기본트림의 경우 싼타페 가격이 더 낮고, 최상급 트림은 싼타페가 더 높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싼타페가 성능도 밀리는데다 가격도 비싸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 싼타페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차이가 분명한 디자인의 경우 취향차이가 있지만, 쏘렌토는 호평이 많은 반면 싼타페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앞으로도 싼타페의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달 출시한 신형 투싼이 싼타페급으로 크기가 커진데다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출시하며 싼타페를 위협하고 있다. 싼타페는 현재 디젤 모델만 출시했으며, 가솔린 모델은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나 하이브리드는 아직 출시 계획이 없다.
여기에 올 연말 제네시스 GV70도 싼타페와 비슷한 크기로 출시될 전망이다. GV80 가격이 60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GV70은 4000만~5000만원 사이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싼타페 고객을 상당수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싼타페 부진에도 현대차의 실질적 피해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싼타페 판매량이 줄어드는 대신 싼타페보다 수익이 높은 팰리세이드나 GV70등이 성공하면 현대차는 오히려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투싼도 이전 보다 차급이 커지는 대신 가격이 200만원가량 올라 싼타페 부진을 상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