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기일 대거 변경에도 응찰자수 예년 수준 회복
강력한 규제에도 주택 응찰자는 늘고 업무·상업시설 응찰자수 감소세 지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터널을 빠져나오는데 있어 경매시장 내 주거시설과 업무·상업시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택의 인기는 여전한데 반해 타격을 입은 업무‧상업시설의 회복은 요원한 상태인 것이다. 주택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 대기수요가 탄탄하지만, 업무‧상업시설은 코로나19로 인해 월세를 내지 못하는 임차인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입찰받기를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1만241건으로 집계됐다. 낙찰 물건은 3694건으로 낙찰률 36.1%이다. 낙찰가율은 61.6%를 기록했고 평균응찰자 수는 3.7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국 주거시설을 낙찰받기 위해 응찰한 사람은 수는 8594명이었다. 직전 달인 8월(4991명)에 견주어봤을 때 한 달 사이 72.1%나 급증한 수준이다. 낙찰율 역시 전월 대비 5%p 가량 높은 38.4%를 기록했다. 주거시설은 유일하게 전월보다 나은 경매지표를 기록한데서 경매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드러냈다. 공급확대, 세제개편, 대출규제 강화를 총 망라한 정부의 강력한 대책 발표에도 낙찰가율은 여전히 감정가의 8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실제 부산의 강남이라 불리는 해운대 우동 해운대아이파크의 한 매물은 지난달 감정가가 10억6100만 원에 책정됐는데 감정가보다 125% 높은 값인 13억25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낙찰가율은 125%다. 해당 물건의 응찰자수도 46명으로 50명에 달했다. 오명원 지지옥션 수석연구원은 “경매를 결정하고 실제 입찰이 진행되기까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린다. 과거 감정평가 시기 대비 시세가 높아졌기 때문에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100%대를 유지하는게 결코 비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업무·상업시설은 주택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업무·상업시설의 총 응찰자 수는 전월인 8월(1362명) 보다도 23.8% 줄어든 1038명으로 간신히 1000명 선을 지켰다. 업무상업시설의 총 응찰자 수는 7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10월에는 총 응찰자 수가 1000명을 하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임대인 개개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촉구하는 세액 공제 제도를 연장 시행함에 따라 수익률이 낮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 잡힌 영향이다. 특히 울산, 경남, 제주 등 제조업과 관광업에 의존하는 지역의 업무·상업시설은 코로나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상당 기간 경매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집회로 촉발된 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가 9월에도 법원경매를 뒤흔들며 전국의 법원의 입찰 기일이 대거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응찰자수는 평소 수준으로 회복한 점도 눈길을 끈다. 9월은 휴정 이후 본궤도에 다시 올라설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사상 초유의 전국 법원 휴정 사태 이후 8월에 1만 명 아래로 감소했던 응찰자 수는 지난달 1만3469명으로 평소 수준을 회복한 만큼,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경매 응찰자수가 예년과 같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