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열풍’에 정치권 편승 시도···‘아전인수식’ 해석 눈살
‘펭수’ 등 국감 출석 언급 때도 비판···‘정치쇼’ 말고 정치해야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이 노랫말 한 마디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약 2400년 만에 한국으로 소환됐다. ‘가황(歌皇)’으로 추앙받는 가수 나훈아씨가 지난 추석명절 약 15년 만에 KBS2TV에 출연해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에서 신곡 ‘테스형!’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면서다.
이번 공연에서 나씨는 54년차 가수답게 화려한 무대 위에서 총 28곡의 노래로 역대급 무대를 만들었다. 데뷔 후 최초의 언택트(untact, 비대면) 공연이었음에도 그는 ‘진짜 스타’로서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또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 대한 나씨의 위로는 진정성 있게 전달됐고,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그의 신곡들에 대한 반응도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테스형!’에서 인생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위트 있게 표현한 것을 두고 인터넷, SNS 상에서는 이른바 ‘테스형 밈(meme)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이와 같은 ‘나훈아 열풍’을 보고 그냥 넘어갈 정치권이 아니었다. 나씨의 발언에 대해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나씨는 공연 중 “옛날의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을 힘을 내 잘 견디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잘 극복하자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해당 발언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석 전날 가수 나훈아씨가 우리 마음을 속시원하게 대변해줬다. 제1야당에 부과된 숙제가 분명해졌다”고 해석했고,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언론이나 권력자는 주인인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가 남긴 대한민국 어게인의 키워드”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나씨의 발언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곡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쟁을 위한 확대해석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나씨 발언의 진위여부에 대한 판단보다 정치권의 한결같은 인기편승 시도에 한숨 짓는 사람들이 많다. 아울러 사회적 이슈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한 마디씩 거들어 주목받으려 하는 행위에 대해 거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의 경우에도 어떤 해석이라도 정치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국민에 사과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저 대중적 이목을 끌려는 시도를 불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판은 추석 연휴 전 국회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채택 논의 과정에서 ‘펭수’, 이근 대위, 백종원 대표 등이 언급됐을 때도 똑같이 제기된 바 있다. 국민들은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를 갖춘 인사들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더럽히지 말라는 경고를 재차 보내고 있다.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쇼(show)는 그만하고,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정도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과 이벤트로만 점철된 정치는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애먼 ‘테스형’, ‘훈아형’은 그만 괴롭히고,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스스로 곱씹으며 사회 정상화, 민생경제 회복 등을 위한 방안 고심에 집중하는 것이 참된 위정자(爲政者)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