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거래 신고 2000건대, 8월 대비 반토막
매수자보다 매도자 많아져, 매수우위지수 85.2로 하락
상승률 5주 연속 보합세···‘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은 지속
“정부 규제 부담 여전, 연말까지 상승률 보합 예상”

정부의 고강도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거래량은 두 달 연속 50% 넘게 급감했고, 아파트값 상승률도 5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3구를 포함한 주요 지역의 거래 가뭄이 서울 전역의 연쇄적인 거래 위축으로 번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 신고 건수, 두 달 연속 급감···은마·잠실5단지도 거래 가뭄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실거래 신고 건수는 2082건을 기록했다. 앞서 2017~2019년 9월 거래량이 평균 7000건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거래량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실거래 신고기한(계약 후 30일)을 고려하더라도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월 1만656건에서 8월 4961건으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그 절반으로 줄었다. 직전 월 대비 50% 넘는 감소세가 두 달 연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월별 서울 아파트 실거래 신고 추이 /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들도 거래가 뜸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거래가 한 건도 없었다. 같은 기간 잠실주공5단지에선 1건(전용면적 119㎡)이 거래됐는데, 지난 7월 24억2000만원(22일·6층)보다 1억원 낮아진 23억1000만원에 실거래 됐다. 인근의 엘스, 트리지움, 리센츠 등 기존 고가 아파트들도 거래가 없거나 1~2건에 불과했다. 잠실주공5단지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기존 주택을 정리하고 실거주 목적으로 들어오는 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강남권 인기 단지에선 간간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며 “다만 매도자·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여전해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로 매수심리 꺾여···매수우위지수, 3개월 만에 100 밑으로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6·17대책을 통한 대출 규제에 이어 7·10대책에서 나온 고강도 세금 규제 여파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6·17대책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LTV를 20%로 축소하고, 15억원 초과 시는 대출이 불가하도록 했다. 이어 7·10대책에선 종합부동산세율·취득세율·양도세율 등 세제 전반을 대폭 손질해 갭투자자와 2주택자 등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더욱 늘렸다.

월별 매수우위지수 현황 / 자료=KB부동산

매수심리 위축 현상은 지난달 들어 두드러졌다. KB부동산의 월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매수우위지수는 9월 둘째주 96.2로 전주 101.5와 비교해 5.3포인트 하락해 3개월 만에 기준점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KB가 서울 지역 협력 부동산중개업체 900여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이상이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다는 의미이지만,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매수자 보다 많다는 뜻이다. 셋째 주와 넷째 주에도 각각 92.1, 85.2를 기록하며 매수우위지수는 점차 떨어지고 있다.

◇거래량 급감에 집값 상승률 둔화···“연말까지 보합세 유지할 듯”

거래량이 줄면서 집값 상승률도 둔화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월 넷째 주부터 0.01%대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3구는 5주 연속 보합(0.00%)이거나 0.01%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비강남권들도 아파트값 상승률이 0.01~0.0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 연말까지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정부 정책,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에 연말까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똘똘한 한 채’는 수요가 꾸준한 만큼 그렇지 못한 단지와의 집값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봄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낼 경우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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