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 캐나다·북미법인 5500억원 매각···손실 해결해 재무건전성 확보 주장
업계, 캐나다 공장 준공 후 3년간 가동 지연 지적···투자실패 따른 매각 분석
GC(녹십자홀딩스)의 미국법인 매각을 놓고 경영효율화라는 주장과 투자실패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GC는 캐나다법인과 북미법인 2개를 5500억여원에 매각함으로서 손실을 해결,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경영효율화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업계는 GC가 캐나다에 준공한 공장 가동이 3년간 지연된 것은 투자실패이며, 이같은 실패가 매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6일 녹십자그룹의 지주회사인 GC에 따르면 지난 1일 스페인 Grifols사로부터 북미법인(GCBT·GCAM) 주식매각대금을 수취했다. 양사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지 석 달 여 만에 기업가치 기준으로 4억6000만달러(한화 약 5500억원)에 달하는 양수도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GC는 설명했다.
GC는 이번 매각이 대외 환경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내실경영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유입은 물론, 이들 계열사로 인한 손익 항목 영향을 해소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북미 혈액제제 부문은 GC의 최대 자회사인 GC녹십자로 집중해 사업을 가속화한다는 게 사측 복안이다.
GC에 따르면 이번에 매각한 부분은 GC의 혈액제제 북미 생산 법인인 캐나다 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인 GCAM 지분 100%다. 특히 GC의 해외 관계사 매각 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됐던 부분은 GCBT의 캐나다 공장이다.
실제 GCBT는 연간 생산능력 100만L 규모 혈액제제 공장을 캐나다에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공장을 착공한 GC는 2017년 10월 준공했다. 이 공장은 국내 제약사가 북미 지역에 세운 첫 번째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투자 규모가 2200억원대로 파악된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등 절차가 늦어지면서 현재까지도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GC는 설비투자는 완료됐지만, 현지 바이오 생산공정 전문인력 부족 등 캐나다 공장 가동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2018년부터 공장의 본격 가동을 위해 GC녹십자 오창공장의 인력과 기술을 지원했다. GC는 지난해부터 캐나다 공장에서 시생산을 진행했다.
GC는 캐나다 공장의 본격 가동이 지연됨에 따라 GCBT 경영에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GMP 인증 여부에 대한 확인에는 답변을 유보했다. 이어 손실이 발생한 법인을 외국 기업에 좋은 조건을 받고 매각했으므로 사업 실패가 아닌 경영효율화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C는 국내 제약사가 해외 법인이나 공장을 매각한 사례가 그동안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는 GC가 법인 매각 이전 해외투자가 실패한 점을 지적한다. GC가 밝힌 대로 국내 제약사가 북미 지역에 세운 첫번째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에 2200억여원 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시생산에 그치고 본격 가동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장 준공 시점이 지난 2017년 10월이었으므로 3년여 기간 동안 인력 등을 투입하고도 결국 본격 가동을 못한 점을 거론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봐도 우선 GC의 투자실패가 있었고, 이후 해외기업에 매각을 추진한 것”이라며 “실패한 사업에 대해 두 번씩이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GC가 스페인 Grifols사에 5500억여원을 받고 2개 법인을 매각한 것은 긍정적 부분도 있지만, 캐나다 공장 준공 이후 3년 동안 제품을 제조하지 못한 것은 단순하게 경영효율화로 포장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GC가 캐나다 공장 매각 대신 북미 지역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본격 가동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동일 사안에 대해 회사 안과 밖이 이처럼 상반된 시각을 갖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GC녹십자는 올 4분기 면역글로불린 10% IVIG 미국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르면 내년 말 허가를 받아 내후년 이 제품의 미국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