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이어 원스토어 상장 주관사 선정
연이은 조(兆)단위 딜 수임에 위상 변화 주목
ECM 강화 전략에 성과 나오고 있다는 평가

KB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 부문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호반건설과 SK매직, 카카오페이지에서부터 최근 카카오페이, 원스토어 등 기업가치가 조(兆)단위에 이르는 굵직한 딜 수임에 성공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른바 ‘빅3’(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가 독식하던 대형딜에 KB증권이 이름을 올리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과거와 위상 달라졌나?···KB증권, 대형 IPO 주관사 연이어 선정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IPO 시장에서 대형딜을 연이어 차지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강자이지만 IPO를 포함한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동안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평가가 무색하게 IPO 시장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KB증권이 최근 상장주관사 자리를 꿰찬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금융전문 계열사이자 국내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기업가치가 최소 7조원 이상으로 시장에서 평가된다. 이는 공모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카카오게임즈 보다 높은 기업 가치다. 특히 국내에 상장된 핀테크 전문 업체가 없다는 점에서 KB증권의 딜 수임은 상징성이 크다. 대형 IPO와 관련해 트랙레코드가 많이 쌓인 빅3 증권사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였기 때문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IPO 시장에서 대형딜을 연이어 차지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위상을 보이고 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IPO 시장에서 대형딜을 연이어 차지하는 등 과거와는 달라진 위상을 보이고 있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대형 IPO로 꼽히는 원스토어의 공동 대표주관사 선정도 KB증권에 유의미한 성과다. SK텔레콤이 최대 주주(지분 52.7%)로 있는 원스토어는 2016년 6월 출범한 국산 앱 마켓이다. 기업가치는 당초 1조원대로 평가받았지만 앱마켓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IPO 시장 활황에 따라 이를 훌쩍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이 향후 SK브로드밴드와 11번가 등 자회사의 IPO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트랙레코드는 다른 딜과는 무게감이 있다.

KB증권은 앞선 2018년 SK그룹 계열사인 SK매직의 공동 대표 상장주관사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당시 SK매직은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정도로 대형 IPO 딜로 꼽혔다. SK매직은 IPO를 공식 선언한 이후 실적이 크게 뛰고 있어 본격적인 IPO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 호반건설과 카카오페이지 IPO 역시 KB증권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로 분석된다. KB증권은 2018년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호반건설 IPO의 공동대표주관사로 선정됐다. 2019년에는 NH투자증권과 함께 카카오페이지의 공동대표주관사로 선택됐다. 이 두 회사 모두 조단위 기업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상태다.  

◇ DCM DNA 심은 IPO 부문···향후 행보 주목

KB증권이 IPO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만들게 된 배경 중 하나로 독특한 ECM 강화 전략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2016년 말 옛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한 이후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목된 ECM 부문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KB증권은 DCM에서는 국내 1위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지만 ECM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대형 증권사 대비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 

이에 KB증권은 DCM 부문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 등을 ECM에서도 적용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업계 내에선 드물게 DCM과 ECM 부서 간 인력 이동을 통한 조직 개편에 나서기도 했는데 커버리지 전문가인 심재송 상무가 지난해 초 ECM본부장으로 선임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IPO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았지만 KB증권의 DCM을 1위로 이끈 주요 인사 중 한명으로 꼽힐 정도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딜은 짧은 기간 투자했다고 잘 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오랜 기간동안 이뤄진 영업과 네트워크 형성 등 시간을 녹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트랙레코드도 이러한 과정의 결과로 만들어진다”며 “KB증권이 이를 잘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확보한 대형딜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도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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