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유력후보 거론되다 실장 승진 탈락···박인석, 예상 뒤집고 승진
박인석, 6년 전 美대사관 파견 박민수에 양보···박 실장과 박 정책관, 호흡 맞춰 근무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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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최근 실장 인사에서 예상 외로 박민수 정책기획관이 승진에서 탈락했다. 반면 박인석 보육정책관은 예상을 뒤집고 실장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 두 명은 행정고시 36회 동기 사이다.      

30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2일자로 단행된 실장급 승진인사를 앞두고 당초 승진 티오(TO·정원)가 2명으로 예상되며 당시 이기일 건강보험정책국장과 박민수 기획관이 승진자로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당초 이 국장과 박민수 기획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이 거론됐지만, 이 국장 보직을 따라다닌 김 정책관은 처음부터 유력후보가 아니었다”며 “복지부 직원들은 실장 승진 1순위로 청와대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진 박 기획관 승진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서울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시에 합격, 관가에 입문한 박민수 기획관은 능력과 실력이 뛰어나고 보직운도 남달라 주목 받았던 복지부의 엘리트 관료다. 복지부 과장급 요직 중 하나인 보험정책과장은 해외에 파견된 그가 귀국하는 시점을 기다리며 한 달 가량 공석으로 유지되기도 했다.

이처럼 실장 승진자로 유력 하마평에 올랐던 박민수 기획관은 정작 지난 11일 발표된 실장 인사 명단에 이름이 없었다. 사회복지정책실장에는 그의 행시 동기인 박인석 정책관이 승진 임명됐다. 또 다른 실장 승진자는 그의 행시 후배(37회)인 고득영 당시 복지정책관이었다. 반면 그는 고 정책관 후임으로 복지정책관에 수평 이동했다. 

이같은 인사발령이 발표된 지난 11일 복지부에서 많은 인원이 발령을 받아 잠시 묻혔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적지 않은 의문과 궁금증이 유발됐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강도태 기획조정실장의 제2차관 승진으로 오히려 실장 승진 TO가 2명에서 3명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박민수 기획관의 승진 탈락은 저에게는 충격이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민수 기획관은 경쟁 관계에 있던 박인석 실장을 보좌하는 복지정책관에 발령을 받아 인사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박인석 정책관은 인사운동을 하는 인물은 절대 아니고, 능력과 실력으로 실장에 승진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며 “복지부가 박민수 기획관을 실장 승진 1순위로 추천했지만, 청와대가 일단 유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박민수 기획관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한다. 복지부 정책기획관은 대국회 업무와 예산, 조직 등을 관할한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을 계기로 단행된 복지부와 질병청 조직개편 과정에서 청와대가 일부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질본 산하이던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소속기관으로 옮기려 했던 개편안에 대해 언론 등이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다. 당시 복지부와 질본 합의안을 발표만 했던 행정안전부까지 도마 위에 오른 사건이었다.  

복수의 소식통은 “질본의 청 승격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재촉까지 했던 사안인데, 국립보건원의 관할 논란은 여러모로 부담이었다”라며 “박민수 기획관이 잘못한 사안은 절대 아니지만, 결국 모양새가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가 소식통은 “박민수 기획관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국장으로 승진한 후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과 정책기획관 등 2개 국장급 보직만 경험했기 때문에 실장으로 승진하기에는 다소 빨랐다”며 “그가 국장급에서 경험을 쌓은 후 승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본의 아니게 행시 동기이면서 실장과 주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인석 실장과 박민수 정책관은 수년전 해외 파견을 놓고 경쟁했던 인연도 갖고 있다. 박인석 실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현 사회정책비서관실)에 선임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하며 박민수 정책관보다 먼저 국장을 달았다. 

박민수 정책관도 최장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을 역임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실무위원에 이어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역시 국장으로 승진했다.  

박민수 정책관이 청와대에 근무하던 지난 2014년 7월 경 당시 복지부 주변에서는 해외 파견직 중 인기가 높은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에 박인석 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됐었다. 하지만 정작 인선 결과는 박민수 정책관이었다.   

당시 박민수 행정관이 박인석 보건산업정책국장에게 개인적 상황을 포함, 본인이 주미대사관에 파견 가야 하는 이유를 정리한 장문의 편지를 보낸 것이 박 국장 마음을 움직여 결국 박 행정관이 미국에 파견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사연은 당시 복지부 고위직이 출입기자들과 만나 담배 피는 장소에서 누설한 것이다. 복도통신이 아닌 일종의 ‘담배통신’이었다. 

당시 박인석 국장은 해외 파견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었다. 보건산업국장 방에서 기자와 이야기하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라고 말하며 해외 파견 의사를 내비치곤 했다. 그는 보건산업국장으로 발령 받기 전에는 십수년간 휴가기간에도 해외여행을 가지 않을 정도로 자리관리에 엄격한 인물이다.     

하지만 박민수 행정관의 편지에 미국 파견 추진 의사를 접은 그는 국무조정실 고용식품의약정책관으로 파견 근무를 나갔다. 이어 지난 2016년 2월 복지부로 복귀한 후 연금정책국장으로 근무하다 결국 같은 해 8월 해외 파견을 나갔다. 주칠레대사관 공사참사관으로 지난해 8월까지 3년간 근무한 것이다.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6년 전 박인석 국장이 박민수 행정관에게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박민수 정책관이 박인석 실장에게 양보한 셈”이라며 “돌고 도는 복지부 인사에서 한번 발령으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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