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급 목표치 초과 달성, 안정적 현금 창출 예상
건설 부문, 성장 대신 현금흐름 초점···신사업 확대 발판 마련
“허윤홍 사장, 안정적 승계 위해 신사업 성공해야”
GS건설이 주택사업 호조세에 힘입어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분양 실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확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한동안 손실 가능성이 높은 해외 사업 대신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해온 결과다. GS건설은 풍부한 재원을 통해 신사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누적 분양물량, 목표치 87% 달성···현금 확보 ‘청신호’
25일 GS건설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분양물량이 2만2221세대로 올해 연 초 목표로 제시한 2만5641세대의 87%를 달성했다. 업계에선 GS건설이 목표치를 초과해 연말까지 3만여가구의 분양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만6616세대로 저조한 분양실적을 기록해 주택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우려감이 있었으나 1년 만에 분양물량을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남은 공급 물량도 무난한 분양실적이 예상된다. 정부의 강력한 분양가 규제로 신규 분양주택이 주변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되면서 분양 위험이 낮아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물량이 청약 열기가 높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데다, GS건설의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가 시장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GS건설의 분양 확대는 주택을 포함한 기존 건설 부문을 성장 대신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GS건설은 그동안 해외 현장을 줄이고, 주택 분양 사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은 건축·주택 부문이 56.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GS건설은 내년에도 2만5000세대 수준의 분양을 계획하고 있어, 당분간 안정적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인 자이S&D도 GS건설의 중요한 현금 확보원이다. 자이S&D는 2018년부터 주택 개발과 시공·분양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왔다. 모회사 GS건설의 브랜드인 ‘자이’(Xi)를 채용한 ‘자이 엘라’를 통해 중·소규모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가로주택사업 등)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자이S&D의 매출액, 영업이익은 3530억원, 26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97%, 62.5%씩 증가할 전망이다. 또 매년 4000억원 이상의 주택개발사업 수주를 따낼 것으로 내다봤다.
◇확보된 자금, 신사업에 투자···“허윤홍 사장, 안정적 승계 위해 신사업 성공이 관건”
주택사업을 통해 마련된 현금은 신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GS건설은 대형 건설사 중 신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올 초 신사업추진실을 올해 신사업본부로 승격하고, 사업 부문별 매출에 신사업 부문을 추가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현재 수처리 사업, 모듈러 주택, 엘리베이터 사업, 데이터센터 임대, 자산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사업을 검토·추진 중이다. GS건설의 신사업들은 전통적인 건설사업 방식에서 벗어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GS건설이 신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여파로 국내·외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의 의존도가 높아진 주택 시장은 정부의 규제로 성장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해외시장 역시 발주 시장 환경이 대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시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 호황기를 맞이해 확보한 현금으로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신사업이 허윤홍 GS건설 사장의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GS건설이 신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허창수 GS그룹 전 회장의 외아들인 허 사장은 GS건설뿐 아니라 GS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GS그룹은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역량을 두루 갖춘 오너 일가에게만 경영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사장을 포함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등 4명이 그룹 4세 후계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허 사장 입장에선 신사업을 통해 ‘경영능력’과 ‘성과’를 보여줘야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GS건설의 신사업 매출액이 올해 6000억원 규모에서 내년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넘길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선 허 사장이 이끄는 신사업이 성공해야 한다”며 “기존 건설 사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신사업의 성공여부는 GS건설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