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법정 감염병 방역조치로 타격입은 임차인, 감액 청구 가능
졸속시행으로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 예고도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52인, 찬성 224인, 반대 8인, 기권 2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52인, 찬성 224인, 반대 8인, 기권 2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재난상황에 법적으로 상가건물 임대료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제도 손질에 나섰다. 이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강력한 임대차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만 부추기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책 법안 중 하나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지난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법 시행일 이후 6개월 동안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하는 점이다. 아울러 코로나19를 비롯한 1급 법정 감염병 방역 조치로 타격을 입은 상가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에게는 최대 내년까지 세제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임대료 인하액의 50%를 세액공제를 통해 돌려주는 식이다.

그러나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법으로 임대료를 깎는 게 현실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앞서 주택시장에서도 유예기간 없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세입자간 갈등이 불거진 것처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임대료 인하 졸속 시행에 따른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임대인들 사이에서는 세금 등 늘어난 고정비 감당이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정지출은 변함없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부담을 임대인에게만 지게 하니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상가에도 임대료 증액한도를 연 5%로 막고, 계약갱신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바 있다. 수도권에서 학원이 임차해있는 상가를 보유중인 한 60대 임대인은 “임대인의 이익을 줄여 임차인에게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임대료 인상 등 기존 임차인에게 본 손실을 신규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서울 지역 주요 상권의 투자수익률은 2%를 넘지 못했다. 테헤란로가 1.91%로 가장 높고, 광화문과 명동, 동대문, 논현역 등은 1.2~1.4% 사이다. 시중 은행 대출 이자보다도 낮은 셈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로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미 상당기간 렌트프리를 하거나, 임대료를 할인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6개월 연체가 되더라도 계약해지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면, 노후자금 마련 등을 위해 퇴직금을 부어 상가 하나 산 노인과 같이 여유가 없는 임대인도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시중의 뭉칫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았고 이에 자산가들은 대출을 활용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돌렸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기자본 비중이 낮은 건물주는 자산가치 하락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정비용은 그대로인데 월세로 수익이 하락하면 자기자본 비중이 낮은 건물주들이 견디지 못하고 급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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