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사 참여 제고 위해 유인책 활용···내년까지 1000개 지정 목표
개방형은 본인 의원 비워야 가능···의료기관형도 기준 까다로와 지원 적을 듯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부가 내달부터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참여하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일당 50만원을 지급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의료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개방형 클리닉의 경우 본인 의원을 비워야 하는 고충이 있다. 의료기관 클리닉도 시설과 설비 기준이 까다롭다는 반응이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일부터 호흡기전담클리닉 정책을 본격 시행한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호흡기나 발열 증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진료시스템이다. 호흡기증상 환자 진료공백을 보강하고, 독감 등 다른 호흡기 감염 질환에 대한 안전한 진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2가지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소, 공공시설 등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의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클리닉’과 감염 차단 시설 등을 갖춘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의료기관 클리닉’이다.

복지부는 구체적으로 10월부터 개방형 클리닉에 참여하는 의사들에게 일당 50만원(시간당 6만2500원) 인센티브를 지급키로 확정했다. 이미 전국 지자체에 통보했으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에 안내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방형 클리닉의 대부분은 보건소에 설치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개방형 클리닉에 출근해 근무하는 의사들은 기존 수가가 아닌 정액수가를 받으며,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일당 50만원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관 클리닉은 일반진료비에 감염관리수가가 추가된다”면서 “기초지자체가 지원을 받아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지정하며, 개방형 클리닉의 경우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시점에서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을 대비하기 위해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지정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500개와 내년 500개 등 전국에 1000곳을 지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1000곳 지정 등 외형보다는 실질적으로 국민이나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 중요한데, 벌써부터 의료계 등에서는 탁상행정의 표본이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실제 전국 보건소가 신청, 지자체가 지정하면 개방형 클리닉의 외형 숫자는 대략 채울 수 있다. 단, 지자체의 공중보건의나 기존 보건소 의사들이 개방형 클리닉에서 근무할 경우에는 일당 50만원 수가를 받을 수 없다.  

의료계는 개방형 클리닉이나 의료기관 클리닉에 지원하는 의사나 의료기관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근거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한 수준이다.

우선 개방형 클리닉의 경우 기존 본인이 경영하던 의원을 비워놓고 보건소 등에 출근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개인사정 등으로 의원 운영을 쉬고 있거나 다른 사정이 있는 극소수 의사들만 개방형 클리닉을 지원할 가능성이 예고된다.

한 의협 관계자는 “당초 복지부와 의료계가 개방형 클리닉 운영을 논의하던 초기 의사가 보건소에 가서 진료하고, 청구는 당초 일하던 본인 의원에 하는 방안도 거론됐다”면서 “이런 방안들은 현실성이 없고, 의사와 환자 모두 불편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클리닉 역시 현장을 모르는 복지부의 탁상행정이라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호흡기전담클리닉에 지정되면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감염 예방 시설과 장비 등 보강 지원비로 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면서도 “쉽게 설명하면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선별진료소 형태로 바꾸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정부는 환자들 동선을 다르게 하기 위해 의원의 환자 입구와 출구를 다르게 하길 원한다”라며 “자기 건물도 아닌 임대받아 의원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1억원으로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병원들 역시 대부분 기관이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또 다른 형태 진료소를 운영하는 것에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복지부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비말주의를 적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구조적 동선 분리, 환기 등 설비는 1억원으로는 턱없이 불가능한데, 굳이 나서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논리다. 이에 전국 보건소들이 신청해 극소수 지원 의사들과 공보의, 기존 보건소 의사들로 개방형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운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1억원은 보건소에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2월 대구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수도권 의사들이 현지근무를 지원하면서 누구도 보상을 원하지 않았는데, 일당 50만원을 걸면 국민들이 의사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복지부는 책상에 앉아서만 일하지 말고 최소한 전화로 전문가나 의료계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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