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급에 고득영·양성일 2명···정호원·정영훈·황승현·박재만 등 포진
최근 실장급 인사로 인해 보건복지부의 최대 학맥으로 꼽히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출신들이 주목 받고 있다. 이들이 과거 엘리트 관료로 명성을 날렸던 김원종 전 국장과 최희주 전 실장의 맥을 이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단행된 실장급 인사에서 서울대 사복과 출신 2명이 실장으로 임명됐다. 고득영 인구정책실장과 양성일 기획조정실장(학번 순)이다. 이들은 각각 서울대 사복과 84학번과 87학번이다. 두 사람은 재수한 것도 공통점이다.
복지부 전통은 고위직에 한정해 고향과 학력 등 프로필을 공개하는 것이다. 실장급(고위공무원 가급) 이상은 생년월일도 공개한다. 또한 고위직 사생활도 상당수 직원들에게 알려져 있다. 실제 복지부에는 미혼은 물론 이혼 경력 국장도 근무한다. 반면 부이사관(3급) 이하는 공식적으로 학력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복지부 관료의 학력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숫자 등을 기준으로 서울대 사복과가 복지부 최대 학맥인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일례로 행정고시 40회의 경우 정호원 복지정책관과 정영훈 커뮤니티케어 추진단장 등 사복과 출신이 두 명이 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10년 이후 서울대 사복과 출신으로 명성을 날렸던 엘리트 관료로는 김원종 전 복지정책관과 최희주 전 인구정책실장을 들 수 있다.
김원종 현 일과복지 상임이사(82학번)는 행시 31회 출신이다. 지난 1988년 공직에 입문한 김 이사는 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관과 보건산업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을 거쳤다. 한때 복지 분야에서 복지부가 그에 의존할 정도의 복지통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정통행정관료였다.
최희주 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83학번)은 행시 30회로 관가와 인연을 맺은 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연금정책관, 건강정책국장, 인구아동정책관, 건강보험정책관,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보건복지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들은 능력과 실력을 갖췄고 상하 신망이 두터웠지만, 관운이 따르지 않아 차관이나 실장에 오르지 못하고 복지부에서 물러났다. 과거 일부 서울대 사복과 출신은 관운이 있었지만, 정작 최고 엘리트 관료인 이들은 한창 일할 때 물러났다.
이에 고득영 실장과 양성일 실장을 필두로 현재 복지부에 근무하는 서울대 사복과 후배들이 그들의 맥을 잇는 동시에 한도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복과 출신 현직자들의 공통점은 적은 편이다. 고위직 중에는 재수 출신이 비교적 많다.
현직자 중 학번을 기준으로 할 때 최고 선배는 고득영 실장(1966년생)이다. 그는 재수한 84학번이다. 당초 실장 승진자가 2명으로 예상됐을 때 그의 이름은 하마평에 적었다. 하지만 강도태 기조실장이 전격적으로 복지부 제2차관으로 승진한 후 실장급 인사 직전 그가 승진자 후보로 거론됐었다. 지난해 말부터 고 실장이 요직에 발탁될 때가 됐다는 말이 복지부 직원들 사이에서 돌았다. 결국 복지정책관에 발탁된 지 두 달 여만에 실장 승진자에 이름을 올렸다.
고 실장은 행시 37회로 복지부에 들어온 후 보험정책과장과 청와대 행정관, 한의약정책관, 보육정책관, 인구아동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충남 금산 출신이다. 대전고를 졸업했다. 그는 소신과 엘리트의식으로 무장한 관료다. 복수의 소식통은 “고 실장의 현재를 보면 상상할 수 없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 가서 선임행정관이나 비서관을 제치고 수석비서관에게 직접 보고서를 전달하는 등 자존심과 엘리트의식이 강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고 실장과 서울대 사복과 동기(84학번)인 정호원 정책관은 동갑(1966년생)에 성격상 공통점도 많다. 이에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절친’으로 유명했다. 행시 40회에 늦깎이로 합격, 복지부에 입부한 그는 현 정부 들어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질병관리본부 생명의과학센터장 등을 거쳐 미국 워싱턴주정부 사회보건부 파견에서 최근 복귀해 보육정책관을 맡았다.
정 정책관과 행시 동기인 정영훈 단장은 재수한 86학번이다. 그는 광주 명문인 살레시오고를 졸업했다. 의료기관정책과장과 지역복지과장, 행정안전부 파견, 한의약정책과장 등을 거쳤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모두 인성이 훌륭하지만 정 정책관과 정 단장은 복지부 직원들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인품이 부드럽다”면서 “특히 정 단장은 욕심이 너무 없고 성품이 곧아 지인들이 상관에 대한 아부나 승진 욕심을 권할 정도”라고 칭찬했다.
양성일 실장은 재수한 87학번이다. 행시 35회 출신인 그는 복지부에서 인사과장과 국제협력관,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사업단장, 대변인, 연금정책관, 장애인정책국장, 건강정책국장, 인구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지난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 실장은 부친과 모친 모두 호남 출신이어서 범호남 인맥으로 분류된다. 대변인을 역임해 순발력이 뛰어나다. ‘꾀돌이’란 별명대로 아이디어도 많다. 지난 2015년 8월 중국 교육파견에서 복귀한 후 장애인정책국장으로 밀려난 것이 공직 생활의 유일한 위기일 정도로 승승장구해왔다.
황승현 부이사관은 현재 OECD 대한민국정책센터에 파견돼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 사복과 89학번이다. 부친이 전남 순천 출신인 그도 범호남 인맥이다. 학과 직속후배인 이선영 혁신행정담당관 남편인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안전정책국장(행시 43회)과 화곡고 동문이다.
현재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에서 근무하는 박재만 행정관은 삼수한 93학번이다. 행시 44회 출신인 박 행정관은 광주 출신이다. 지난 2017년 7월 장관비서관에 발탁된 박 행정관은 지난해 2월 최홍석 재정운용담당관에게 비서관직을 물려주고 청와대로 파견됐다.
이에 복지부 일각은 박 행정관이 내년 2월 정기인사에서 복지부로 복귀할 경우 인사과장 유력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수년간 복지부는 행시 각 기수 선두주자를 인사과장에 임명해왔다. 현 인사과장인 손호준 부이사관은 행시 43회다.
이선영 담당관은 94학번이다. 행시 43회인 그는 부산 출신이다. 홍보기획담당관과 보험약제과장,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행정관, 주유럽연합대사관 파견 등을 거쳤다. 권오상 국장과 슬하에 딸 둘을 두고 있다.
행시 45회인 정준섭 서기관은 이 담당관의 서울대 사복과 동기다. 정 서기관은 지난 2월 이 담당관 후임자로 주유럽연합대사관에 파견됐다. 정 서기관 경력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2015년 12월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된 일이다. 복지부 관료가 사회정책비서관이나 여성가족비서관이 아닌 다른 비서관실에 파견되는 사례는 간혹 있지만, 민정비서관실에 파견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밖에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에 파견돼 근무 중인 송명준 서기관(행시 50회)과 김혜인 서기관(행시 48회)이 각각 96학번과 99학번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대 사복과 출신들은 모두 능력과 실력이 있어 관운만 따르게 되면 그 영향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정도가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