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예산 9000억원 대비 효과에 의문
생활고에 통신비 못 낼 사람들만 선별해 20만원씩 주는 방법도
정부여당이 들고 나온 통신비 2만원 지급 정책에 대한 지적들이 많은데 여당에선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통신비 2만원 지원 정책과 관련, “고정지출을 줄이고 국민 통장잔고를 많지는 않지만 늘게 해드리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다수 반대에도 여당이 이런 식으로 강경한 입장을 밀고가자 급기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 다수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야당이 반대하는 통신비 2만원 정책은 아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죠.
보통 지원금 정책은 못 받는 사람들이 비판을 합니다. 그런데 통신비 2만원 지원 정책은 받는 사람들도 비판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줄로 요약하면 ‘일반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들어가는 비용 대비해 정책효과가 미미하고, 그 돈으로 다른 걸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늘 주어진 주머니 사정에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소비를 합니다.
예를 들어 월급을 다 털어서 원하는 것을 사도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밥도 먹고 살아야 하고, 지하철도 타고, 앞으로 인생을 위해 돈도 모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 시각에서 볼 때 이번 통신비 2만원 정책은 투입되는 예산 대비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느껴진다는 지적입니다. 통신비 2만원을 주는 것 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그 돈으로 다른 걸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죠.
다음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한 30대 중소기업 직원의 말입니다. “코로나19로 기업들이 힘들어지면 우리와 거래를 끊을 것이고 거래를 끊으면 인생이 막막해진다는 걱정으로 매일 출근하고 있다”며 “2만원 통신비 받는다고 내 생활이나 기분이 나아지진 않을 것 같고 경제가 돌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해줬으면 좋겠다.”
◆ 통신비 2만원 1번 지급할 비용이 사천시·고흥군 예산보다 많아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통신비 2만원 정책은 사실상 전 국민에게 돈을 주는 정책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 사업에 들어갈 돈은 9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단 한 달치, 즉 한 달 2만원 통신비를 깎아주는데 그 정도 돈이 들어가는 것이죠. 일단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어느 정도 액수에 해당하는 돈인지 비교해 보여드리겠습니다.
경남 사천시의 1년 예산이 8000억원대입니다. 전남 고흥군 1년 예산도 8000억원대입니다. 충북 진천군의 연간 예산은 6000억원대, 충북 음성군과 전북 익산시, 경남 거창군, 충남 홍성군의 연간 예산도 7000억원대입니다. 한 달 통신비 2만원 감경시킬 그 돈이 사천시, 진천군, 고흥군이 쓸 1년 예산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내년도 감염병 예방 및 대응예산이 8000억원입니다. 통신비 2만원 정책할 돈 일부라도 여기에 더 쏟는다면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이 더욱 수월할 것입니다. 이번 장마피해 농가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기로 한 재해복구비는 1227억원입니다. 통신비 2만원은 이 예산의 약 6~7배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9000억원이면 우리 사회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돈입니다.
그렇다면 통신비 2만원 정책으로 볼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정애 위원장이 이야기한대로 고정지출을 줄이고 통장잔고를 늘게 해주긴 하지만, 딱 고정지출은 딱 1달치 통신비를 줄게 해주는 것이고 통장잔고도 2만원 늘게 해주는 것입니다. 상당수 국민들은 2만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생활이 바뀌거나 나아지진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통신비를 내는 것도 부담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들에게만 20만원씩 주는 게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땐 더 합리적인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힘든 사람들에게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고 나머지 2만원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돈을 받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은 없으니까요. 본인들이 그 돈을 받을 대상임에도 여론조사에서 해당 정책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성숙하고 수준 높은 국민들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 예산은 조금이라도 효과적인 곳에 써야 합니다. 하나는 그 돈은 저절로 곳간에 쌓인 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의 피와 땀이 섞인 귀중한 돈이고, 또 쓸 곳은 많은데 한정돼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요즘과 같이 코로나19로 내년까지도 경제상황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정책 9000억원. 어떻게 쓰는 것이 효과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