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달러 지원
“호텔 사업 위기에 대출금 상환 가능할지 의문”
대한항공 직원들 “회사 위기라고 순환휴업에 승진도 미뤄졌는데 적자 호텔 살리겠다니 분통”
코로나19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미국 윌셔 그랜드 호텔을 살리기 위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한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코로나 위기에 정부로부터 1조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아놓고, 수익이 나지 않는 호텔 사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불거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한항공은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에 9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1023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회사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는 윌셔 그랜드 센터를 재건축해 운영 중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9억5000만달러 중 9억달러는 이달 중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 나머지 금액은 호텔 사업 운영자금 충당에 활용한다.
문제는 자금 상환이다. 대한항공은 대여금 9억5000만달러 중 3억달러는 브릿지론(단기 차입 등에 의해 필요자금을 일시 조달하는 대출)을 통해 다음 달 바로 상환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머지 6억5000만원달러는 자금 상환 시기를 알 수 없다.
대한항공은 호텔 사업이 안정화될 경우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 돌려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 사업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인터내셔널은 신용등급 문제로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도 받지 못하는 형편인데, 자금을 상환할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지난 2017년 77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18년 1033억원, 2019년 1072억원 등 적자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호텔 사업이 침체되면서 윌셔를 판다고 해도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달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알짜사업인 기내식은 매각하고, 적자를 내고 있는 호텔사업에 돈을 투입하는 행태를 문제 삼았다. 또한 코로나 위기에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급했으나, 대한항공은 호텔 사업을 살린다고 헛돈 쓰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대한항공을 살리기 위해 1조2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채권단은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내년까지 2조원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한공은 유상증자와 기내식 사업 매각을 통해 2조1176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매년 적자를 내는 호텔 사업과 달리 기내식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을 20~30% 가량 내고 있는 곳으로, 항공업(영업이익률 5~10%)에 비해서도 수익률이 높다. 또한 코로나만 종식되면 바로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를 수 있어 매각 당시 아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직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직원들에게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며 무급휴직에 순환 휴업까지 실시하고, 이번에는 직원 승진도 미뤄졌다”며 “그런데 회사는 조양호 전 회장 숙원사업을 지키겠다고 1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걸 보면 어처구니 없는 심정이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