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트러스트그룹, 15일 본입찰 진행 후 이르면 이번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전망
사모펀드·대부업체 선정시 금융위에 대주주적격성심사 탈락 요구 예정···JB금융에 힘 실릴 듯

15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JT저축은행 대부업체·사모펀드 매각 반대 기자회견’ 현장의 모습/사진=이기욱 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JT저축은행 대부업체·사모펀드 매각 반대 기자회견’ 현장의 모습/사진=이기욱 기자

저축은행 M&A 시장의 최고 알짜 매물로 평가받고 있는 JT저축은행의 매각 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JT저축은행 노동조합의 행보가 인수전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JB금융지주, 한국캐피탈 등 국내 금융사와 함께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모펀드 뱅커스트릿과 대부업체 리드코프 등에 대해 노조 측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모펀드나 대부업체가 JT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JT저축은행 노조는 금융당국에 대주주적격성 심사 탈락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과 사무금융노조 JT저축은행지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정부서울청사) 앞에서 ‘JT저축은행 대부업체·사모펀드 매각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은 JT저축은행 매각 본입찰 기일로 JT저축은행의 모회사 J트러스트그룹은 본입찰 진행 후 이르면 이번주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결과 총 6~7곳이 J트러스트그룹 측에 인수 의향서를 전달했으며 이중 JB금융과 한국캐피탈, 뱅커스트릿 등이 본입찰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전 초기에 비해 인수 의지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리드코프 역시 아직 인수 후보 중 하나로 남아있는 상태다.

JT저축은행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부업체 및 사모펀드로의 인수를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대부업체나 사모펀드가 JT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비용 최소화를 위한 노동탄압이 일어날 수 있고 고용안정이 보장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진한 JT저축은행 노조위원장은 “(J트러스트그룹이) SC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5년만에 3~4배의 매각 수익을 올리게 됐다”며 “비정규직 확대, 저임금정책을 통해 노동자들을 착취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J트러스트는) 지난 6월 매각 계획 발표 이후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교섭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사모펀드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인수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사모펀드나 대부업체가 인수를 하게되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준영 사무금융노조 여수신업종본부장도 “주주는 지분을 매각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JT저축은행을 일터로 삼고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JT저축은행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주주를 찾아서 지분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JT저축은행을 금융시장에서 제대로된 영업을 하는 저축은행으로 키우고, 지속 발전 시킬 수 있는 주주에게로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J트러스트그룹이 사모펀드나 대부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경우 사무금융노조와 JT저축은행 노조는 인수 후보자의 대주주적격성을 심사하는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인수 후보자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J트러스트는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자료=저축은행 중앙회/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저축은행 중앙회/표=김은실 디자이너

김 본부장은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권한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권한 갖고 있는 금융위는 매각과정에서 JT저축은행이 한국 금융시장 발전에 이바지하는 저축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감독하고 심사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대부업체나 사모펀드가 대주주가 된다면 JT저축은행이 금융시장에서 올바른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역시 “금융사의 매각, 합병시 대주주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금융위는 정확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3배 이상의 매각 차익을 먹고 떠나려는 일본 자본을 제대로 감시하고 지적해서 이들이 최소한 노동자들의 고용은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노조 측이 사모펀드와 대부업체에 대한 반대 투쟁을 지속할 경우 국내 금융사인 JB금융과 한국캐피탈의 인수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JB금융과 한국캐피탈은 현재 각각 비은행 부문 강화와 여신 기능 확보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JT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JB금융은 지방금융그룹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DGB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의 기여도가 낮아 M&A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DG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는 39.2%로 나타났으며 JB금융은 31.18%를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JT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0억원 수준이지만 JT저축은행은 경기·인천 지역과 함께 호남지역에서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JB금융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JT저축은행 내부에서도 JB금융으로의 인수를 가장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JB금융지주 내에는 저축은행이 없기 때문에 매각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펀드와 대부업체로의 매각을 강하게 반대하는 노조 측의 행보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며 “어느정도 JB금융 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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