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200% 시초가, 이틀 연속 上···상장 이틀 만에 코스닥 시총순위 '3위' 등극
김범수의 게임DNA, 한게임 이어 카카오게임즈 상장으로 재현
네이버와 전쟁 군자금 마련 위한 카카오 계열사 후속상장 이어지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카카오계열사 가운데 첫 기업공개(IPO)에 나선 카카오게임즈가 이른바 ‘따상상’에 성공하며 상장 첫 주를 마무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3위로 올라섰다.

이번 카카오게임즈 상장은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등 향후 이어질 카카오계열사 IPO의 시작점이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목표인 ‘카카오 제국’ 건설을 위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20년전 게임사업의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인터넷포털을 장악했던 NHN의 성공공식이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계기로 카카오에서도 재현될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코스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이번 주 공모가(2만4000원) 대비 237.92%가 급등한 8만1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이었던 10일 공모가의 200%인 4만80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되고 상한가인 6만2400원에 장을 마치는 ‘따상’에 성공했다. 이어 이튿날인 11일에도 가격제한폭(29.97%)까지 주가가 급등하며 8만1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른바 ‘따상상’이다. 카카오게임즈 시가총액 역시 단숨에 5조 9369억원으로 불어나며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3위가 됐다.

올해 따상상에 성공한 종목은 지난 6월 상장한 엘이티와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 뿐이었다. SK바이오팜은 상한가가 한번 더 이어지는 ‘따상상상’까지 성공했다. 카카오게임즈가 SK바이오팜처럼 한번 더 상한가에 성공한다면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10만5400원, 시가총액은 7조7100억원으로 씨젠(6조5874억원)을 제치고 코스닥 시가총액순위 2위에 오를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따상상 덕분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의 지분(241만2500주, 3.30%) 평가액은 1950억으로 늘어났다. 남궁 대표와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조계현 대표의 지분평가액도 120억원으로 증가했고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카카오VX 대표를 맡고 있는 문태식 대표의 지분평가액도 180억원으로 늘어났다.

남궁 대표와 문 대표는 20년전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한게임을 창업했던 원년 멤버다. 김 의장은 1990년대 삼성SDS를 다니다 한양대 앞에 PC방 ‘미션넘버원’을 차렸는데 여기에 삼성SDS 출신인 남궁 대표와 문 대표가 합류했다. 문 대표는 당시 PC방 회원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온갖 궂은일은 남궁 대표가 맡았다. 셋은 PC방 사업을 기반으로 1999년 게임유통플랫폼 한게임을 창업했고 한게임은 2000년 네이버컴과 합병해 NHN이 됐다. 당시 네이버컴 역시 삼성SDS 출신인 이해진 대표가 만들었다.

NHN은 한게임이 가져오는 막대한 현금을 검색엔진과 포털사업에 투자했고 이 덕분에 2000년대 초반 다음을 제치고 국내 포털시장을 장악했다. 김범수 의장은 당시 NHN대표를 맡아 회사 경영을 이끌었다. 남궁 대표는 NHN에서 미국법인 대표 등을 맡았고 문 대표 역시 부사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포털사업이 게임사업을 앞서나가기 시작하면서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관계는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해진은 규제리스크가 높은 게임사업과 결별을 원했고 이에 김 의장은 아무런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남궁 대표와 문 대표 등 남겨진 ‘김범수 패밀리’ 역시 NHN에서 나와야 했다. 남궁 대표는 2009년 CJ그룹으로 이직해 CJE&M의 넷마블, CJ인터넷 대표를 맡았지만 2011년 넥슨이 서든어택 판권을 회수에 나서면서 넥슨-넷마블간 갈등이 깊어지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았으나 1년 만에 사임하고 현역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남궁 대표는 게임인재단을 만들고 게임개발자 육성에 전념했다.

남궁 대표를 다시 현역으로 복귀시킨 것은 김범수 의장이었다. NHN을 나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한 김범수 의장은 미국에서 휴식의 시간을 보내다 모바일시대를 맞아 카카오톡을 들고 IT업계로 돌아왔다. 하지만 당시 카카오톡은 이용자는 급증했지만 마땅한 수익원이 없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 내 게임유통플랫폼인 카카오톡게임하기였다. 김범수 의장의 게임DNA가 재현된 것이다. 카카오는 이에 힘입어 급성장을 했고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했다.

카카오는 2015년부터 게임사들이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한 직접 게임출시로 방향을 틀면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김 의장은 남궁 대표를 설득해 현역으로 복귀시켰다. 남궁 대표는 게임사 엔진을 인수하고 카카오가 엔진을 다시 인수해 카카오게임즈로 바꾸는 방식으로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의 자회사가 됐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게임사업 총괄책임자에 올랐다.

문 대표는 NHN을 떠나 마음골프를 설립하고 스크린골프사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프존에 밀려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고 2017년 자본잠식 위기를 맞게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마음골프를 지분교환 방식으로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회사이름을 ‘카카오VX’로 변경했다. 이로써 한게임 창업멤버들이 다시 카카오에 모이게 됐다. 과거 한게임-NHN의 성공을 카카오에서 재현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카카오게임즈 상장은 카카오나 김 의장에게 중요한 변곡점이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는 쇼핑과 지도, 웹툰, 부동산서비스, 포털, 자율주행, 인공지능, 메신저, 간편결제, 모빌리티 등 게임을 제외한 거의 전 분야에서 네이버와 직간접적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격차는 여전히 적지 않다. 네이버의 2분기 매출은 1조9025억원, 영업이익은 2306억원으로 매출 9529억원, 영업이익 978억원인 카카오의 두 배에 이른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50조2646억원으로 카카오 시가총액 33조3651억원보다 50%나 더 많다.

카카오가 네이버 독주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20년전과 최근의 사업환경은 다소 다르다. 게임산업은 더이상 블루오션이 아니고 중국기업들의 위세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단순하게 게임사업만으로는 충분한 투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커머스, 카카오뱅크 등 다수 계열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번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시작으로 계열사 상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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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주 코스닥에서는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JP모간 악재’를 딛고 10만원대 주가를 회복했다.

9일 JP모간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부정적인 리포트를 발간했다. JP모간은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치료제 램시마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위축됐고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성장세도 늦춰졌다며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로 19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목표주가로 7만원을 제시했다. 투자의견도 모두 ‘비중축소’를 제시했다.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의 60% 수준인 ‘후려치기’ 성격의 리포트에 9일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주가는 각각 4.36%, 3.14%, 6.13% 급락했다.

하지만 셀트리온 측에서 10일 “해당 보고서가 경쟁사 대비 부정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짜맞추기식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공개반박에 나서면서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됐고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씨젠은 시가총액 2위를 유지했고 알테오젠과 에이치엘비는 카카오게임즈 때문에 시가총액순위가 한 단계씩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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