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정비사업장 곳곳서 대형사·중견사 맞대결 늘어
대형사, 수도권 벗어나 지방·소규모 재건축 눈 돌려
중견사, 공공택지 감소로 정비사업 시장 진출 활발
전국의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 간 각축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모습이다. 정부의 규제로 서울 등 수도권 정비사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형사들은 중견사의 텃밭인 지방 사업장과 소규모 사업까지 손을 뻗고 있다. 각 지역에서 인지도를 쌓아온 중견사들 역시 실적 확보를 위해 맞대결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곳곳서 대형사·중견사 양강 구도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전 가양동5구역 재건축 조합이 전날(8일) 마감한 입찰에는 GS건설과 금성백조주택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달 18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두산건설·코오롱글로벌·효성중공업·계룡건설·금성백조주택·일성건설 등 7개사가 참석해 시공권에 관심을 보였지만 입찰에는 두 곳만 응찰했다. 가양동5구역 재건축은 대전 동구 동서대로1704번길 23-7 일대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1045가구 규모로 지어지는 사업이다.
금성백조주택은 경남 이현 1-5구역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현대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과 수주 경쟁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경상 진주시 이현동 서장대로 235 일원에 지하 2층∼지상 35층 8개동, 아파트 1035가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 규모는 2000억원이다. 상반기 2조원 규모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낸 바 있는 현대건설은 한화건설과 손잡고 공격적인 수주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대전과 경남에서 입지를 다져온 금성백조주택이 브랜드파워를 앞세운 GS건설과 현대건설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사비 8000억원 규모 경기 덕소3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선 대우건설·GS건설 컨소시엄과 동부건설이 시공권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2일 열린 현장설명회엔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대림건설 ▲코오롱글로벌 ▲동부건설 ▲두산건설 ▲라온건설 등 11개 건설사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지만 입찰에는 2개 건설사만 참여했다. 공사비만 7000억원 규모인 덕소3구역은 경기도 남양주 와부읍 덕소리 111-2 일원을 지하 3층~지상 30층, 32개 동, 2908가구로 짓는 대형 사업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 일정은 코로나19 등 변수로 인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구 효복동 일원을 재건축하는 효목1동6·7구역 두 곳도 대형사와 중견사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효목1동 7구역 재건축 조합이 지난달 26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효성중공업이 참여해 3파전 구도의 수주 경쟁을 예고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사업비만 4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곳의 사업성을 검토하며 입찰 준비를 해 왔다. 두 대형사를 뛰어넘을 방안을 어떻게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0억원 규모 효목1동 6구역에선 롯데건설, 계룡건설, 코오롱글로벌, 우미건설 등 4개 건설사가 현장설명회에 참여해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두 곳의 입찰 마감일은 16일이다.
◇“공공택지 감소, 실적 확보 위해선 정비사업 수주 절실”
중견사들이 대형사들을 상대로 맞대결에 나선 배경은 실적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견사들은 상반기 목표 수주실적을 채운 건설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수주가뭄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아울러 공공택지 감소도 중견사들이 정비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로 꼽힌다. 중견사들은 그동안 공공택지를 낙찰 받아 아파트를 공급해 왔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는 매각 공동주택용지는 2014년·2015년 182필지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83필지, 87필지로 크게 줄었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올해 목표 실적을 채울 기간이 사실상 3개월 밖에 남지 않아 일단 수주전에 뛰어들고 보자는 분위기가 높다”며 “아울러 기존에 확보한 공공택지도 분양으로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신규 물량도 크게 감소해 지을 땅이 없는 점도 정비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7~8월 대결에선 브랜드 파워 앞세운 대형사가 싹쓸이
업계에선 중견사들이 각 지역에서 인지도와 파격적인 조건 등을 앞세우더라도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진행된 수주전에선 대부분의 중견사들이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동원한 대형사들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대전 가오동2구역에선 롯데건설이 경쟁사인 KCC건설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롯데건설은 384표 중 282표를 얻었다. KCC건설은 롯데건설보다 11만원 저렴한 3.3㎡ 당 공사비 440만원을 제시했지만, 30여 가지의 조합원 특별제공품목을 제시한 롯데건설을 뛰어넘지 못했다.
서울에서 대형사인 포스코건설과 중견사인 동부건설의 대결로 주목을 받았던 가락현대5차 소규모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동부건설은 조합원 140명 중 114명의 지지표를 얻은 포스코건설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4000억원 규모 대전 삼성1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도 대림산업·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경쟁사인 코오롱글로벌을 200표 차이로 제치고 시공권을 따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중견사들의 경우 자금력은 뒤처지지 않지만 영업 경험이 부족하고 금융비용과 브랜드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파격적인 조건을 하더라도 수주 이후 출혈이 클 수밖에 없어 중견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