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실질수익 감소, 노조도 연봉동결 합의···주요대기업 총수 보수는 전년比 상승
많은 이들이 리더가 되길 희망한다.
해당 키워드를 담은 책들이 매년 빠지지 않고 출간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구나 다 리더가 되진 않는다. 학창시절에도 그랬다. 하던 친구들이 이듬해에도 학급회장이 됐다. 그들 중 한명이 학생회장이 됐다.
세월에 기대 오른 것 같아 보여도, 저마다의 경쟁력을 갖춘 이들이 리더다. 규모가 클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하기 마련이다. 경쟁상대가 많기 때문이다. 피라미드 형태의 관료사회일수록 높은 자리를 바라보는 하위직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우 이 같은 역학관계가 더욱 도드라진다. 높은 자리에 올랐어도 모두가 리더는 아니다. 한 때 유행하던 한 컷이 있다. 자리에 기대 방향성만 짚어주는 이와, 본인이 전면에 나서 구성원들을 북돋는 이를 대비시킨 이 이미지는 앞선 이를 ‘보스’로 후자를 ‘리더’로 지칭했다.
비록 한 장의 그림이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함께하는 이들을 ‘아랫사람’으로 여기는지 ‘동료’로 여기는 지, 지시하는지 나서서 행동하는 이인지 등이 리더의 기준이 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늘 논쟁이 되는 꺼리가 있다. 재벌들은 리더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다. 거대 기업을 소유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지만, 그들이 과연 경영최전선에 적합한 인물인지 여부는 늘 논쟁거리였다. 소위 ‘탯줄’을 잘 타고난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탯줄 때문에 최고경영자가 됐는지 본인의 경영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았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한 그룹의 최고위치에 오른다는 점이다.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특수한 환경에서, 경영에 적합한 교육을 받아 온 이들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까. 적어도 올 상반기 재벌들의 행동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여느 때보다 위축했던 올 상반기 주요 대기업 재벌경영인들의 보수는 상승세였다.
4대 그룹을 기준으로 보면 무임금을 선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예외로 하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12.4% 구광모 LG 회장은 81.3% 씩 각각 상승했다. 최태원 SK회장은 (주)SK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었지만 SK하이닉스로부터의 수익은 줄어 전체적으론 소폭 줄었다.
고위직 전문경영인들의 임금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장동현 SK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5대그룹에서 대상 범위를 넓힐수록 이 같은 양상은 더욱 도드라진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등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재계 16위 LS그룹의 경우 구자열 회장과 이광우 부회장의 전년대비 보수 상승률이 110% 수준을 기록했다.
저마다 이유는 있다. 중책을 맡고 있는 까닭에, 복수의 직책을 맡게 돼서, 상여금 지급에 따른 수치증가 등의 해명이 나온다.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이들의 고연봉이 안타까운 것은 올 상반기의 시기적 특성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휩쓴 상반기였다.
대부분 일반 직원들의 임금은 감소했다. 임금은 유지됐더라도 상여금 등이 대폭 줄어 실질적인 소득감소를 감내했다. 사측과 대립각을 세워 온 노조도 위기극복에 동참했다. 파업을 지양하고 연봉을 동결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연봉과 관계없이 자리를 보전하는 게 최선이라는, 전혀 재밌지 않은 우스갯소리가 나왔던 상반기였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고 해서 좋은 리더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모두가 힘들기에 내색하지 않았고 참아야 했던 그 시간에 극소수의 고위직들은 오히려 수익이 개선됐다. 상반기 그들은, 보스였을까 리더였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