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황에도 불구 오히려 잔액 감소···은행 신용대출로 대거 이탈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권 신용대출 조절 나설 듯···보험사, 재무부담 완화 효과 기대

자료=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이하 약관대출) 영업이 점차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급증하고 있는 은행권 신용대출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를 예고한만큼 올해 상반기 은행권으로 대거 이탈했던 대출 고객이 다시 보험사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약관대출은 상품 특성상 보험사의 부채를 줄여주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은 향후 보험사의 재무관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불황형 대출’ 약관대출, 코로나 이후 1조원 이상 이탈···생보사 빅3 모두 감소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약관대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오히려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대출은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의 해지환급금 범위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자신이 이미 낸 돈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심사가 비교적 간단하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상품이다.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내심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약관대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기 시작한 2월과 3월 잠시 증가세를 보인 후 약관대출은 오히려 잔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지난 1월 말 62조9857억원이었던 국내 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2월과 3월 각각 63조8억원, 63조3842억원으로 늘어났으나 4월 62조428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6월 말 기준 잔액은 61조5684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1월 말 보다 오히려 1조4173억원(-2.25%) 줄어들었다.

생명보험업계가 45조6402억원에서 47조269억원으로 1조3867억원(-2.95%) 줄어들며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특히 3대 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각각 5011억원(-3.27%), 1671억원(-2.51%), 2564억원(-4.04%)씩 감소했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약관대출이 감소하는 이러한 기현상은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50%로 낮췄고 그 영향으로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함께 낮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중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2.62%로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금리는 1월 말과 비슷하게 3% 후반대에서 4% 초반대(금리연동형)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과 약관대출의 금리차가 확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출 갈아타기’ 등의 고객 이탈이 일어난 것이다.

◇손병두, 은행권 대출 실적 경쟁 점검 등 예고···대출 수요, 2금융권으로 이동 전망

최근 업계에서는 하락세를 거듭했던 약관대출 영업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은행권의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급증하고 있는 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 참석해 “과도한 신용대출이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 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한 달동안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무려 11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2004년 속보치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도 속보치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인 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의 책임 일부를 은행에 돌리는 듯한 손 부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은행권에 ‘대출 조이기’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연이어 자금 용도 파악, 실적 경쟁 점검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상 신용대출 조절을 요구하는 시그널”이라며 “대출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가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나가는 대출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출금리 인상, 한도 축소 등의 방법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조이기는 2금융권 대출 증가라는 풍선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의 약관대출 역시 그 중 하나다. 만약 실제로 약관대출이 다시 늘어나게 될 경우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사들은 재무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지환급금은 보험사가 향후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일종의 부채인데 만약 이를 담보로 계약자에게 대출 제공하면 그 기간만큼 부채를 이연할 수 있게 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약관대출 고객 이탈은 수익 측면뿐만 아니라 회계관리 측면에서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만약 은행권의 신용대출 조절로 약관대출이 다시 늘어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고객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향후 보험 보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약관대출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