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제주 등 지자체 촉구에도 개발 사업 지지부진
난무하는 불복 소송에 지역 여론도 악화

부영이 인천·제주에서 진행하던 대규모 개발 사업이 각종 소송전으로 인해 답보상태에 놓였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부영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답보 상태에 놓였다. 각종 소송전으로 시민단체는 물론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의사결정권자인 이중근 회장의 부재까지 겹치면서 부영의 개발 사업은 당분간 속도를 내지 못할 전망이다.

◇송도 테마파크 개발 사업 두고 인천시와 소송전···행정명령 불복에 갈등 심화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인천시와 송도 테마파크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송도 테마파크 개발 사업은 부영이 연수구 동춘동 911번지 일원 49만 9575㎡ 부지를 유원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앞서 인천시는 테마파크를 개발하는 조건으로 500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도시개발사업의 인허가를 승인했다. 하지만 2015년 부지 매입 이후 지금까지 테마파크 개발은 지지부진했고, 급기야 인천시는 2018년 실시계획인가 효력을 정지했다. 실시계획인가는 세부 사업 계획을 정하는 절차로, 인가가 나지 않으면 사업 진행을 할 수 없다. 부영은 실시계획인가 실효가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열린 행정소송 1심에서 법원은 부영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시는 인가 기한까지 3차례에 걸쳐 보완을 요청했지만 부영 측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고, 행정처분이 아니라 기한이 지나 자동 실효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부영은 폐기물·토양오염 정밀조사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고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시가 거부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오는 20일 2심 판결을 위한 첫 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인천시는 사업자 지정을 취소하는 등 강력한 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소송 두 건도 진행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이 정보공개를 청구한 ‘토양오염 조사결과 공개 취소’ 소송과 연수구의 토양오염정화 행정명령이 부당하다는 소송이다. 인천지법은 지난 5월 21일 부영이 연수구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취소 청구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고, 토양오염조사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라고 했다. 부영은 앞서 2월에 열린 오염정화를 명령 불복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인천지법은 연수구의 행정처분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연수구 조사결과 해당 부지에선 발암물질인 비소를 비롯해 납·벤젠·불소·아연 등이 검출됐는데,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염정화는 뒷전으로 한 채 소송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지역 사회의 공분이 큰 상황이다”며 “소송을 멈추고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영도 테마파크 사업이 무산되면 도시개발사업도 할 수 없는 만큼 셈법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영랜드 조성사업 무산 위기···“세제감면 혜택만 누리고 지역경제 영향 저조”

1000억원 규모의 부영랜드 조성사업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부영랜드 조성사업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해제(안)’을 가결했다. 2013년 제주도로부터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은 지 7년 만이다. 투자진흥지구는 제주도가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관광·교육·첨단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지정한 특정지역이다. 지구 지정을 받은 기업은 취득세·등록세·제산세·법인세 등이 면제된다. 세제감면 혜택만 누리고 사업기간 내 투자계획 미이행으로 고용증대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저조하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부영호텔 조감도 / 사진=제주도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부영호텔 조감도 / 사진=제주도

제주도에 따르면 사업자인 부영주택은 부영랜드 토지매입비 396억원(공시지가 수준)과 기초공사비 37억원 등 총 406억원만 투자한 채 7년째 투자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그동안 제주도는 2014년부터 부영 측에 투자이행을 6차례나 촉구했고, 지난해 4월에는 투자이행 및 사업정상화 촉구, 10월에는 회복명령까지 내렸다. 회복명령에도 부영 측은 끝내 투자를 이행하지 않았다. 투자진흥지구 지정 해제에 따라 부영주택은 지정 당시 감면받은 취득세, 재산세, 개발사업부담금 등 수백억원의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부영랜드와 함께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호텔 사업도 소송전이 진행 중이다. 부영은 중문관광단지 안 29만3897㎡부지에 4개 동(2·3·4·5호텔), 1380실 규모의 호텔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호탤 사업 계획은 경관 사유화 논란과 함께 고도완화 특혜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호텔이 국가문화지정문화재인 주상절리대의 해안과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건축고도도 35m(지하 4~5층, 지상 8~9층)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16년 12월 호텔 사업의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했고, 부영은 반려처분이 부당하다며 건축허가 신청 반려 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에 이어 올해 6월에 열린 2심에서 법원은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개발사업 시행승인 이후에 주상절리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고 환경보호에 관한 지역의 가치가 높아진 점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 부영주택은 다시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지만 호텔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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