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정안, 고용유지지원금·직업능력개발서 특고 배제
경영계 “사업주 보험료 부담 낮춰야”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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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정부 개정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속성과 계약체결이라는 조건이 있어 대상자가 한정되기 때문이다. 특고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과 직업능력개발 사업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 등을 담은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곧 국회에 제출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고의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는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의 일환이기도 하다. 

개정안은 특고 노동자들을 고용보험에 당연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그 대상인 구체적인 직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특고 가운데 전속성이 강한 직종을 고용보험의 우선 적용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전속성은 소득의 일정 수준 이상을 한 사업주로부터 얻는 정도를 말한다.

이에 특고 직종 가운데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대리운전 기사, 보험설계사, 건설기계 조종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 보조원,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신용카드 모집인 등이 우선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전속성이 높은 특고는 약 77만명으로 전체 200여만명 가운데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특고 노동자들은 언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재보험법상 특수고용직 특례 지정의 경우 4개 직종에서 14개 직종까지 확대되는 데 12년이 걸렸다.

특히 개정안이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조건으로 ‘노무제공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한정해 실효성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현장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가운데 노무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주환 대리운전 노조 위원장은 “20만명의 대리운전 기사 조합원 가운데 10만명 이상이 사업주와 노무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사업주가 계약 체결이 아니라 회사 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개정안에 담긴 ‘계약’ 기준을 폭넓게 적용하고, 전속성 기준을 폐지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산재보험을 예로 들었다. 20만명의 대리운전 기사 조합원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기사는 3명에 불과하다. 전속성 기준 때문이다. 또한 산재보험 가입은 임의가입 방식과 유사하기에 사업주가 계약 체결 과정에서 가입하지 않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고의 경우 고용유지지원금과 직업능력개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고의 경우 고용보험의 고용안정 사업과 직업능력개발 사업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김 위원장은 “대리운전 기사들은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고 싶지만 직업능력개발 사업에 적용이 안돼 어렵다”며 “또한 특고의 경우도 고용유지지원금의 대상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각지대 없는 특고의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위해 현행 고용보험 급여 체계를 ‘소득’ 기반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소득 중심으로 고용보험 급여 체계를 바꾸면 전속성에 상관없이 특고 노동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다. 국세청 중심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하면 되는데 정부는 이러한 노력 없이 전속성과 계약체결 기준이라는 고용보험 가입의 장애물을 뒀다”며 “정부는 언제까지 모든 특고 노동자를 고용보험 적용 대상으로 할지, 소득 기반 고용보험 급여 체계를 언제 완료할지 로드맵을 발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내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한다. 특고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개정안의 ‘계약 체결’ 조건은 서면과 구두 계약 모두 판단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 경영계 “특고 보험료 분담금 높여야”

이러한 정부 개정안에 대해 경영계는 보험료 부담을 줄여달라고 반발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특고의 고용보험 적용으로 사업주 인건비 부담이 커져 직간접적인 고용조정 압력으로 이어지는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주와 특고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하게 하면 안 된다. 특고의 보험료 부담분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보험설계사, 가전제품 설치기사, 택배기사, 골프장 캐디 등 4개 직종에 종사하는 특고 종사자 2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특고 종사자들에 대해 고용보험 의무적용 시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조사대상 4개 특고 직종 모두에서 과반 이상이 고용 감소를 우려했다. 고용보험 의무적용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사업주 부담 증가(41.3%)가 가장 많았다.

이에 한경연은 “조사대상 4개 직종 모두 ‘고용보험 가입 선택권 부여’ 또는 ‘의무가입 반대’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특고 스스로 가입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가입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경연은 고용보험료 산정을 위해 사업주가 특고에게 지급한 소득을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야 한다는 개정안 내용도 특고에게 부담이 된다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특고의 46.6%는 소득신고가 다른 사회보험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17.5%는 소득 노출 자체가 꺼려진다고 했다. 이미 소득신고를 하고 있어 상관없다는 응답은 32.5%였다.

한경연은 특고는 자발적인 이직과 퇴직이 잦고 스스로 소득 조절이 가능하다며 ”근로자와 실업급여계정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직 또는 퇴직 경험이 있는 특고 중 폐업·도산, 경영악화 등으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당한 경우는 3.2%였다. 더 높은 보수를 위한 이직‧전업(37.9%), 개인 사정(30.5%), 근로여건 불만족(26.3%) 등 자발적 이직‧퇴직은 94.7%였다.

한경연은 “정부 입법예고안은 특고의 소득감소로 인한 이직을 실업급여 수급자격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계약건수나 배송량 등을 통해 소득조절이 가능한 특고의 특성상 실업급여 수급을 목적으로 소득을 줄이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보다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고의 고용보험은 당연적용으로 해야 한다. 임의가입으로 하면 산재보험과 같이 사업주가 계약 체결 과정에서 특고 종사자에게 가입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민간보험도 없다”며 “고용보험료의 사업주와 특고 분담 비율은 고용보험위원회 심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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