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환매 연기된 펀드 최대 판매사
환매 연기 연장·수익률 하락 시 고객 항의 우려
국민은행 “펀드 부실과는 다른 상황”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 사진=연합뉴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운용한 공모펀드 환매가 중단되며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펀드 연기일이 연장되거나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고객 항의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펀드는 신한은행, 기업은행에서도 판매됐다. 업계는 DLF·라임펀드 사태처럼 다시 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이 터지지 않을까도 우려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안전지대 국민銀마저···펀드 환매 중단 맞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영국계 글로벌 채권 운용사로 알려진 H2O자산운용의 채권형 펀드를 담은 재간접 공모펀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의 환매를 4주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 펀드의 자산은 약 36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국내 판매사는 주요 은행으로 국민은행의 판매 잔고가 가장 많았다. 이 펀드의 판매 비중은 국민은행(37.1%), 삼성증권(28.1%), 신한은행(15.5%), 기업은행(9.8%), 우리은행(2.2%) 순이다. 국민은행에서 판매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DLF,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대란에서 모두 비껴가며 사모펀드 쓰나미의 ‘안전지대’로 부각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사모펀드 상품을 출시하고 사후 관리까지 총 14단계에 걸쳐 평가 과정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환매 연기로 리스크 검증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H2O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갑자기 제기된 것이 아니고 지난해와 올해 초에도 발생했던 사안이라는 점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H2O자산운용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편입 채권 중 일부가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투자자의 환매가 발생했다.

다만 국민은행은 상품의 부실에서 비롯된 환매 중단이 아니라며 4주 간의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에는 (DLF·라임 등) 펀드의 환매 중단과 달리 4주간 연기가 된 것”이라며 “펀드 부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4주 뒤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또 불완전판매 터질까” 은행들 노심초사

은행들은 이번에도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문제가 된 펀드가 시중에 판매될 때 주식이 아닌 대체자산에 투자해 시장 변동성에 방어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절대 수익 추구형’이라고 전해졌고,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글로벌 펀드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여겨졌다. 

이번에 환매 연기된 펀드는 2018년 10월 출시된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다. 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인 H2O자산운용 등 해외 운용사의 채권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담은 공모펀드다. 이 펀드 설정액은 출시 이후 7개월만에 1000억원을 넘었고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3877억원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이 펀드는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차녀인 김진이 키움투자자산운용 팀장이 책임운용역으로 2018년 10월 출시 당시 운용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며 공들인 펀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전하다는 이 펀드의 편입자산 일부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며 환매 중단이 발생했다. 최근 프랑스 금융당국(AMF)은 해당 펀드가 비유동성 사모채권을 담고 있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자산을 분리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H2O의 ‘알레그로’, ‘멀티본드’, ‘멀티스트레티지’ 등 3개 펀드에 대해 8월28일부터 4주간 신규설정 및 환매를 연기했다. 이 외에 H20자산운용의 나머지 5개 펀드에 대해서도 환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은행업계는 비유동성 사모사채와 우량 자산을 분리하는 작업이 4주 안에 완료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운용사의 설명대로 H2O펀드 전체가 부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환매 연기가 예정일을 넘어서고 투자수익률까지 하락할 경우 고객 항의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불완전판매 논란도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4주 뒤에 환매가 가능하다고 해도 일순간에 (환매를 원하는) 고객이 몰릴 것이 걱정된다”며 “이럴 경우 운용사에서 다시 환매를 막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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