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체력 충분한 상황에서 유증 설득력 부족 지적
향후 자본 활용 방안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될 수 있다는 의견도
신한금융지주가 1조1500억원 규모의 제 3자 유상증자에 나서는 가운데 이를 우려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증권사 리포트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중장기적인 성장 발판 마련 및 코로나19 리스크 대응이라는 목적은 긍정적으로 볼 수는 있지만 이익 체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낮추는 갑작스러운 유증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3913만주(1조1582억원 규모)의 제 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안을 결의했다. 이번 증자에 참여하는 대상은 홍콩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로 2년간 매각이 제한되며 1년간 의무보호예수가 적용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번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그 목적을 자본확충을 통한 손실흡수력 강화로 코로나19 확산을 포함한 향후 금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지주는 글로벌 전문투자자를 유치해 신성장 영역 발굴에 나서고자 한다는 점도 증자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의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우려섞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증자를 단행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SK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 시점에서의 증자는 주주들에게 물음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높은 대출 증가율,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으로 2018년 말 12.5%였던 보통주자본비율이 현재 11.4%로 낮아 진 것을 꼭 증자로 보완했어야 했는지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이번 유증으로 발행되는 물량이 기존 주식에서 8.2%에 달해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유증의 설득력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분기 1조원 내외의 이익 체력을 보유한 상황에서 현재의 자본비율이 업종 내 낮지 않고 유상증자 이후 단기간 내 배당을 늘리거나 하는 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명분들”이라며 “사측의 설명대로 중장기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긴 하나 반대로 단기간 기존 주주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다수 증권사들은 신한금융지주의 목표가를 낮춰 잡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3만8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내렸고 IBK투자증권은 기존 5만원에서 4만6000원으로 낮췄다.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역시 각각 3만8500원, 3만7000원, 4만3000원을 제시하며 목표 주가를 하향했다.
다만 향후 자본 활용 방안에 따라 주주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 피할 전망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확충된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라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인수합병(M&A) 및 디지털투자, 배당정책 등에 사용될 경우 주주가치 제고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하나금융투자는 일반주주공모가 아닌 제 3자 배정이라는 점, 할인율이 크지 않다는 점,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지분 참여에는 현재 주가가 바닥 수준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 외국인 주주들이 신규 이사회 멤버가 되면서 이사회 구성이 다채로워지고 규제 이슈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 등도 이번 유상증자의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15분 기준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전날 대비 2.02% 내린 2만9050원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