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지배력 핵심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여전히 정몽구 회장 중심
현대모비스 지주사격 추진방안 엘리엇에 발목···2년째 새 개편 전무
정의선 高지분 현대글로비스·현대엔지니어링 시선···삼성재판 변수 해석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체제로 전환된 지 2년을 넘겼다. 대내 장악력을 높였을 뿐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완성차시장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글로벌 톱 티어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을 얻는다.
그럼에도 미완의 승계라 일컬어진다. 그룹 지배력의 핵심에 여전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서울 아산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인 정 회장은 1938년생으로 83세의 고령이다. 정부도 현대차그룹 특유의 순환출자 해소를 요구하고 있어,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요원한 상황이다.
순환출자구조란 한 그룹 내에서 계열사들이 환상형(원형) 출자구조를 띠는 것을 일컫는다. A가 B를, B가 C를, 다시 C가 A를 지배하는 구조다. 적은 자본으로 다수의 기업들을 거느릴 수 있어 국내 주요 재벌들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사용했던 출자방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추가적인 순환고리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 구소를 해소하도록 종용해왔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로 핵심 고리에 그룹 지배력이 집중된다. 이들 세 회사 중 한 곳을 확실히 장악할 수 있다면 그룹 전반적인 지배력을 움켜쥘 수 있는 구조다. 당국으로부터 지적받는 현대차그룹의 고리는 핵심 고리를 포함해 총 4개다. 4개 고리에 포함되는 회사는 3개 핵심계열사와 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5개다.
5개 계열사 지분구조를 보면 여전히 정몽구 회장에 지배력이 집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 5.3% △현대모비스 7.1% △현대제철 11.8% △현대글로비스 6.7% 등을 보유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2.6% △기아차 1.8% △현대모비스 0.3% △현대글로비스 23.3% 등의 지분율을 보인다. 현대글로비스의 높은 지분을 확보했지만, 3개 핵심계열사의 지분이 부족하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주사격으로 변화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기아차를 지배하고, 현대차와 기아차가 잔여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식이다. 정 부회장은 1조원으로 추산되는 증여세를 감내하면서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고, 부족한 지분은 계열사들로부터 사들이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엘리엇 등의 반대에 막혀 무산된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정 부회장 중심의 지배력 재편도 사실 상 중단상태다. 다만, 정 부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들의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지배력에 필수적인 3사를 제외한 정 부회장의 승계에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지분은 현대글로비스외에도 현대엔지니어링 11.7% 등이 있다.
특히 주목받는 곳이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회사 현대건설과 함께 2011년 4월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이후 정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합병했다. 지배구조를 보면 핵심계열사 3곳이 현대건설을, 현대건설과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이 비상장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00%를 보유했다.
현대건설은 토목·건축·주택 등 종합 건설회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설계 등에 특화돼 있으며 현대차그룹 자산관리 업무 등도 일임 중이다. 두 회사는 주요 사업수주 시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건설시황 부진으로 일감부족에 시달리는 현대건설과 달리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자체적으로 수주한 설계·플랜트 일감을 바탕으로 꾸준함을 보이기도 한다.
재계에서는 두 회사 합병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최근에는 달라진 두 회사의 위상 때문인지 현대엔지니어링 단독 상장을 바탕으로 한 정 부회장 주식가치 상승을 꾀할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핵심계열사 주식매집 혹은 증여세를 충당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확실한 것은 현재로선 전무한 상태다. 정 부회장의 자금조달 방법을 두곤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안은 2년 전 엘리엇에 좌초된 이래 제자리걸음 중이다. 그룹 내부에서 관련 논의가 지속된다는 후문이다. 지배관계 탓에 핵심 3개 계열사 중심의 재편이 불가피해보이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은 바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재판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과거 중단됐던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은 현대모비스와 정 부회장 지분인 높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이 근간이었다. 오너 개인지분이 높은 회사와 그룹 지배력이 높은 계열사 간 합병이었다. 삼성물산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문제가 돼 수년간 재판이 이뤄지는 삼성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삼성 승계 재판 이후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당국의 규제는 추가적인 순환출자 고리를 제한할 뿐이지 즉각적인 해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정 회장이 고령이라지만, 이미 정 부회장 입장에선 개인 사재를 이용해 증여세 납부할 의사를 피력했던 만큼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시사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승계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맞물린 상황이기에, 삼성그룹 등의 전례를 살핀 후 본격적인 움직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2003년부터 환경(Environment)·사회(Society)·지배구조(governance) 등 이른바 ESG정보 등을 담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매년 발간 중이다. 이를 통해 ESG 평가지표 요구사항을 준수할 뜻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