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상장 건설사, 지분 비중 10% 안팎
올해 들어 GS건설·태영건설 지분 적극 매입
5·10%룰 개정으로 적극적인 경영 간섭 가능해져
국민연금공단이 건설사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서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배력을 쉽게 행사할 수 없는 회사의 경우 지분을 늘린 국민연금이 회사 지배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일부 건설사들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잇따라 바꾸면서 주요 건설사 경영에 적극 간섭할 수 있게 됐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태영건설 등의 지분 비중을 높였다. 현재 국민연금이 소유한 GS건설의 지분은 2분기 기준 13.17%다. 이는 1분기 13.05%보다 0.12%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같은 기간 태영건설 지분율은 11.68%로 0.75%포인트 높아졌고,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12.26%로 11.79% 0.47%포인트 커졌다. 이 밖에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 건설사의 지분율은 현대건설 10.38% 대림산업 12.71%, 현대건설 10.38%, 삼성엔지니어링 8.19%, 삼성물산 7.48%, 대우건설 6.84%, 삼성엔지니어링 8.19, 삼성물산 7.48% 등 10% 안팎이다.
국민연금의 지분 비중이 10%가 넘는 건설사들은 향후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어떤 기업의 지분을 10% 넘게 갖게 되면 현실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 어려웠지만, 올해 초 금융당국이 ‘10%룰’ 예외 조항을 통과시키면서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0%룰이란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게 된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전환할 경우 6개월 안에 발생한 단기 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토록 하는 제도다.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려다 자칫 큰돈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는 만큼 지분을 상당수 확보하고도 경영에는 직접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하지만 10%룰이 사라지면서 국민연금은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10% 아래 건설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5% 이상 소유할 경우에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기존엔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공적연기금의 보유 목적이 단순투자와 경영권 영향 목적만 있었지만, 지난 2월부터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일반투자가 신설됐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투자 목적에선 연기금 등이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 배당 활동,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 변경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대우건설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2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을, 이어 6월에는 현대건설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지배 구조와 관련된 이슈를 가진 회사들은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대림코퍼레이션(21.67%)과 대림학원(1.27%)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23.12%에 그친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대림산업은 이미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이 된 바 있다. 지난 2월 국민연금과 시민단체의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아 이해욱 회장은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GS건설 역시 최대주주가 국민연금(13.17%), 허창수 회장(8.89%) 등으로 구성돼 있어 그룹이 지배력을 쉽게 행사할 수 없는 회사다. 지분 비중을 확대할 경우 경영권 관련 이슈가 생긴다면 국민연금의 결정이 회사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맞물린 이슈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 구조는 순환출자로 엉켜 있는데 지주사인 현대모비스 중심으로 이를 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계속 높아지면 이런 일련의 과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행동반경이 넓어질수록 건설사들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국민연금이 경영 감시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친 개입은 경영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