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구글도 인앱결제 수수료 30% 확대···OTT 망 이용료·음악 저작권료
스타트업 업계 “글로벌 기업과 다르게 한국 시장 중심인 국내 스타트업에게는 수수료 확대는 부담”
최근 글로벌 IT 공룡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의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IT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은 구글과 애플의 앱 구매 방침 변경을 시작으로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망 이용료, 음악 저작권 사용료 등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인앱(In-App Payment) 결제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앱 마켓을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뜻한다. 애플은 2011년부터 인앱 결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유료 앱이나 앱 내 추가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애플 앱스토어 결제만 가능하다. 인앱결제는 아이폰 계정에 입력해놓은 신용카드로 이뤄진다.
그동안 국내 앱 개발자들은 애플 인앱결제가 수수료를 과하게 가져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게임사들이 게임 중간에 아이템을 판매할 때마다 인앱결제 수수료를 떼간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애플은 인앱결제를 통해 수수료 30%를 가져간다. 일종의 ‘통행세’인 셈이다.
일례로 기자가 아이폰 유튜브 앱을 통해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매하려고 하자 1만4000원이 부과됐다. 인터넷 사파리 브라우저에서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 결제하면 9500원이 부과된다. 전자는 인앱결제 방식인 탓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수수료를 떼가는 것이다. 카카오 앱에서 이모티콘을 구매할 때도 인앱결제로 이뤄진다.
스타트업들이 인앱결제에 정식으로 항의하기 시작한 것은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 일괄 적용을 추진하면서부터다. 구글은 그간 게임앱에서만 30% 수수료를 떼갔다. 하지만 새롭게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구글도 이제 유료앱 등에 인앱결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업계는 앱마켓 점유율 80%이상을 차지하는 구글과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요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 30%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인앱결제 수수료가 다른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제공하는 외부 결제 수수료보다 4~30배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의 정책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아닌지 살펴봐 달라며 신고 또는 진정을 최근 접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통신위원회에서도 국내 앱 수수료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인앱 결제는 중소규모의 모바일 서비스 제공자와 국내 스타트업에 훨씬 더 치명적”이라며 “스타트업은 협상력이 있는 큰 기업과 달리 앱 마켓의 정책 변경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의 저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몸집 키우는 OTT···넷플릭스vs왓챠·웨이브·티빙 구도는 여전
한편 IT공룡기업들과 스타트업의 갈등은 OTT산업에서도 일어났다. OTT스타트업들 왓챠부터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들은 통신사에게 수백억원대 망 이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내지 않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넷플릭스는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가(CP) 망 이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통신사가 사용자에게 요금을 받고, 콘텐츠제공자에게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과금이라며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음악 저작권료를 두고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국내 OTT기업들에게 콘텐츠 배경음악 저작권료를 2.5%까지 확대 부여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넷플릭스와는 사용료 2.5%로 계약을 했다며, ‘음악 저작물 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국내 OTT 스타트업들은 적정선에서 수수료를 합의하자고 몇 번이나 대화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4일 OTT협의체는 현행 징수 규정에 따라 0.625% 수준의 음악 저작권 사용료만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시장 점유율이 점점 커지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몸집을 키워가면서 갈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플랫폼 사업이 국내에서 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법안이나 인프라가 미비해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은 인앱결제나 수수료 인상이 자본이 많은 글로벌 기업보다 국내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바일 앱 스타트업 한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갈등은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수수료가 늘어날 경우 사용자가 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소비자 또한 결제가 불편해질 것”이라며 “앱 결제는 휴대폰에서 한번에 결제되기 때문에 실수로 결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환불 또한 앱 마켓에 직접 문의해야 해서 번거롭다. 스타트업과 사용자가 모두 손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