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상황 불구 마케팅·영업 전문가 선택···수익성 회복에 중점
대구·경북 지역 네트워크 기반 영업력 강화 기대···내부소통도 강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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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출범 이후 줄곧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유지해왔던 DGB금융지주가 첫 분리 행장으로 ‘영업통’ 임성훈 대구은행 부행장보를 내정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김윤국 부행장보를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지만 DGB금융은 마케팅 부문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임 부행장보를 선택했다.

최근 은행권에서 영업통 인사로 분류되는 은행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와는 정반대의 선임이 이뤄지자 DGB금융이 안정보다는 수익성 회복, 성장에 중점을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 내정자는 뛰어난 내부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분리 은행장으로서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대구·경북 지역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은행의 영업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리스크 관리 전문가 대신 영업통 발탁···업계 추세와는 반대 ‘주목’

4일 업계에 따르면 DGB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전날(3일) 오후 숏리스트 후보 3명 가운데 임성훈 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 부행장보를 차기 대구은행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임 내정자는 임추위 자격 검증, 주주총회를 거쳐 이달 말쯤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임 내정자는 1963년 출생으로 대구중앙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구은행에서는 상주지점장 겸 기업지점장, 마케팅부 추진부장, 포항영업부장, 경산영업부장, 공공금융본부장 겸 서울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올해 초부터 맡기 시작한 경영기획본부장을 제외하고는 주로 영업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대표적인 ‘영업통’ 인사다. 임 내정자와 함께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였던 김윤국 부행장보와는 상반된 이력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부행장보는 대구은행 리스크관리본부장 DGB금융 리스크관리본부장, 대구은행 경영기획본부장, DGB금융 경영혁신본부장 등을 역임한 리스크 관리 전문가다. 때문에 코로나19 위기 관리 차원에서 김 부행장보가 선임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특히 김 부행장보는 지난해 말 잠시 대구은행장 권한대행을 맡은 바 있어 안정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임 내정자는 2018년 상무 승진 후 2년만에 부행장보에 올랐으며 곧장 8개월만에 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이번 선임을 두고 다소 공격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은행장들 중에서 영업통 인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업계 추세와도 반대되는 인사로 여겨진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장 중에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국제통’으로 분류되는 글로벌 전문가며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은 디지털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역시 영업통 보다는 전략기획, 홍보, 대외협력, IB 등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골고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그나마 기업금융 관련 영업 경험이 풍부한 편이지만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대표(CFO)를 지낸 경력 때문에 ‘전략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대면·디지털 영업의 성장, 글로벌 시장 확대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순익 지난해 대비 22.11%↓···건전성 지표는 양호

이러한 상황에서도 DGB금융이 임 내정자를 선택한 이유는 수익성 강화를 대구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상반기 기준 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8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82억원) 대비 22.11%나 감소했다. 이는 지방 은행들 중 가장 큰 감소율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227억원에서 1781억원으로 20.03% 줄어들었으며 전북은행은 707억원에서 584억원으로 17.4% 감소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감소율은 각각 13.12%, 6.64%를 기록했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주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대구은행이 1.79%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각각 1.83%와 1.88%를 기록했으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각각 2.47%, 2.26%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대비 하락폭도 대구은행이 0.52%포인트로 가장 컸다.

반대로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연체율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대구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4%로 5개 은행 중 3번째로 낮았으며 연체율은 0.52%로 광주은행(0.38%)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DGB금융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안정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둔 인사를 진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임 내정자의 선임을 통해 대구은행은 연고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의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 내정자는 상주지점, 포항영업부, 경산영업부 등 시금고와 밀접한 지점들에서 근무하며 지역사회에 많은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시도금고를 선정을 위해서는 평가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사회공헌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를 관리해야만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지난해 임 내정자가 공공금융본부장으로서 대구시 1금고 수성을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임 내정자는 내부 소통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독립적인 영향력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그룹 내 은행장은 그룹 회장의 경영 파트너로서 회장이 비은행 수익 다각화, 계열사 M&A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은행 내부 경영을 독자적으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임 내정자는 과거 HR지원부 노사협력 업무 담당자로서 각종 노사협의회 등 원활한 협의체 운영하고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 등 직원복지 후생 증진에 기여한 바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 최종하 노조위원장과 함께 근로자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임추위 역시 임 내정자의 이러한 내부 소통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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