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5개 합의문 발표···코로나19 안정화 후 의정협의체서 협의 진행
전공의들 “파업과 단체행동 지속” 밝혀···서명식 장소 찾아 행사 저지

4일 서울 회현동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정부 여당과 의료계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 관련 협상 서명식장 앞에서 전공의들이 졸속 합의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일 서울 회현동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정부 여당과 의료계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 관련 협상 서명식장 앞에서 전공의들이 졸속 합의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에 합의했다. 코로나19사태가 안정된 후 의정협의체에서 양측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집단휴진의 주축인 전공의들은 강력 반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집단휴진의 중단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은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제도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체계 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합의한다’는 내용이다. 

이날 복지부와 의협이 합의한 사항은 총 5개다. 우선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키로 했다. 이 경우 의협과 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또 복지부와 의협은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복지부는 협의체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반영하고 실행한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협의체를 통해 의협이 문제를 제기하는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등 4대 정책에 대한 발전적 방안을 논의한다. 

이밖에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복지부와 의협은 공조하며,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대책을 시행한다. 의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

박 장관은 이번 합의와 관련, “코로나19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들어오기로 한 의협 결정을 환영한다”며 “정부도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장관은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취소했던 의대생은 시험을 재접수해 응시해달라”며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은 이번 복지부와 의협의 협상 타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계 집단휴진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관측을 제시한다. 이에 최소한 집단휴진이 불투명한 상태에 놓인 것이 맞다는 지적이다.  

실제 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후 1시 서명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파악한 전공의들이 현장을 방문해 물리력으로 행사를 저지하기도 했다. 복지부와 의협이 합의문 서명식을 갖기로 했던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전공의 수십여명이 찾아 최대집 의협 회장 입장을 저지하는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안전을 우려해 협약식 장소를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정부서울청사로 변경하는 소동이 있었다. 당초 복지부와 의협이 이날 오전 11시 진행하려던 합의문 서명이 오후 1시로 일정을 미룬 것도 여당과 합의 소식에 격분한 전공의들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자신의 SNS 계정에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회장이 패싱 당한 건지”라면서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전협 비대위와 전임의, 의대생들이 모인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전 합의문 서명 일정이나 구체적 합의 내용에 대해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젊은 의사 비대위는 이날 오전 “아직 합의가 타결되지 않았고, 파업과 단체행동은 지속한다”는 내용을 회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향후 내용을 더 파악해야 하겠지만 최 회장이 집단휴진을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에 독단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들을 배려해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같은 행동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정부의 동료 고발 등에 격분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건강증진개발원을 찾아가 힘으로 행사를 막은 것은 국민들 보기에도 그렇고 상황을 자꾸 악화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단 복지부와 의협의 합의로 인해 오는 7일부터 진행 예정이었던 제3차 집단휴진은 취소됐다. 하지만 전공의들 휴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환자들 불편도 당장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제는 의협이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며 “의료계 내부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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