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상암DMC·태릉CC 등 공급 계획 철회 촉구
주민들 조직적으로 대응 시작, 정부와 충돌 불가피
5만가구 규모 공공재건축, 시장 반응 시큰등

수도권 주택공급 예정지 중 주요 반대지역 / 자료=국토교통부 

정부가 8·4대책을 통해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이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새로운 주택 공급지로 선정된 지역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예정 물량만 5만가구에 달하는 이들 지역에선 사전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공급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공공재건축(5만가구 공급 예정)도 참여율이 저조해 약 10만가구에 달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는 삼성 일대 서울의료원 부지의 공급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요구했다. 정부는 8·4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 30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수립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에서는 이 부지에 공동주택 건립을 불허하고 있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종합발전계획에서 제시한 MICE 산업 경쟁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서도 원안대로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남구에선 지난 2018년에도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주택을 짓겠다고 하면서 구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적 있다. 당시에는 서울시가 8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인근 지역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1만건이 넘는 반대청원서를 제출하며 반발했다. 이번 주택 공급안에 대해서도 주민반대탄원에 나서고 있다. 

반발 움직임은 대부분의 공급 예정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0여가구를 짓기로 한 마포구 상암DMC 부지는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최근 총회를 열었다. 이들은 비대위 이름으로 정책 당국에 반대서명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원구 태릉골프장 주택공급(1만 가구)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이르면 이달 중 연합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과천시에선 시민들의 4000가구 규모의 과천청사 유휴부지 주택공급 계획에 반대해 대규모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구청장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용산구는 정부가 용산정비창 부지와 캠프킴 부지에 1만3100가구의 주택을 건설한다고 밝힌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을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원안대로 추진하고 개발계획 수립 시 용산구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마포구 역시 상암동의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6200여가구의 주택공급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반대가 심한 지역은 계획발표 때부터 해당 지자체와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 곳들이다. 곳곳에서 주택공급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정부와 주민들의 충돌은 더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 지역의 공급 물량 규모는 5만가구로 추산된다.

여기에 정부가 5만가구 공급을 예상했던 공공재건축에 재건축 단지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면서 10만여가구에 달하는 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8·4대책에 담긴 계획은 2028년까지 수도권에 13만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5만 가구)과 공공재개발(2만 가구)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공재건축은 아파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층고 제한을 50층까지 높일 수 있다. 다만 늘어난 주택의 50~70%를 기부채납하고, 용적률 증가에 따른 기대수익 중 90% 이상은 환수한다.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건축 단지들의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8·4대책을 보완하거나 지금이라도 지자체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반발이 정말 심하다면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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