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상장 위한 4000억원 교환사채 발행 성공···국내 최초 이커머스 IPO 추진중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 확산···손익구조 개선에 기업가치 상승 효과
11번가·SSG닷컴도 상장 추진···기업가치 '15조' 쿠팡은 나스닥 상장 검토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티몬,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사모펀드(PEF)들로부터 수혈받은 투자금을 무기로 시장선점을 위한 출혈 경쟁을 펼쳐왔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지속하면서 만성 적자에 허덕였고 투자금 역시 소진되어 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언택트) 구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손익구조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이커머스 기업들의 IPO 역시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티몬, 국내최초 이커머스 IPO '급물살'

3일 이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티몬은 IPO를 위해 지난 4월 미래에셋대우를 상장주관사로 선정했다. 티몬이 상장하게 되면 국내 최초의 이커머스기업 상장이다.

티몬은 상장 결격사유였던 자본잠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PS얼라이언스(PSA)로부터 최근 4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교환사채(EB)발행 방식으로 유치했다. 교환사채는 보통주를 담보로 발행하는 회사채로 교환사채 투자자는 만기에 원리금을 받거나 중도에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PSA는 풍성그룹의 지주회사 풍성이 100% 출자해 2012년 설립한 PEF다. 티몬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 이뤄진 KKR컨소시엄이 98.4%, NHN이 1.6%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PSA는 이번 투자에 나서면서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5년 티몬을 인수했던 KKR컨소시엄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IPO를 추진했다. 티몬은 2017년 삼성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했지만 흑자전환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장은 무산됐다. KKR컨소시엄은 지난해 롯데그룹과 매각협상을 시작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롯데그룹은 올해 온라인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을 출범했다.

KKR컨소시엄은 티몬 투자금 회수를 위해 다시 IPO로 방향을 바꿨다. 이를 위해서는 누적된 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르면 자본잠식 회사는 상장할 수 없다. 교환사채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전액자본으로 인정되기에 티몬은 이번 40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티몬의 PSA로부터 4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최근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기 때문이다. 티몬은 2018년 매출 1681억원, 영업손실 846억원을 냈고 지난해에는 매출 1751억원, 영업손실 75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늘고 영업손실은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가 지속됐다.

티몬은 올해부터 적자구조였던 마트사업 등 물류서비스를 정리하고 특정시간대에 특가 상품을 내놓는 ‘타임커머스’에 집중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티몬은 올해 3월첫 월간흑자(1억6000만원)를 내는 데 성공했다.

통계분석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티몬의 올해 2분기 순이용자(UV)는 1141만명으로 1076만명인 위메프를 제치고 이커머스업계 순위 5위에 올랐다. 티몬 관계자는 “올해 연간단위 흑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언택트 소비 확산, 이커머스 IPO ‘탄력’

티몬에 이어 다른 이커머스기업들 역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11번가와 SSG닷컴, 쿠팡 등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기업 모두 매출이 늘어나면서 손익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규모의 경제’ 효과로 원가가 절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다 2018년 분사한 이커머스기업이다. 11번가는 분사 당시 국민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를 받았다.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11번가 등 자회사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11번가는 2018년 6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4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매출이 소폭 성장하는 가운데 일시적 마케팅 비용 증가로 분기당 5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내고 있지만 손익구조는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변모했다는 평가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역시 2018년 10월 해외 투자운용사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5년 이내 상장을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SSG닷컴도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소비 확산으로 손익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SSG닷컴은 올해 1분기 매출 9710억원, 영업손실 197억원을 냈고 2분기에는 매출 9317억원, 영업손실 1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40%이상 늘어나면서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중이다. 닐슨코리안클릭 기준 쿠팡 순이용자는 1928만명으로 국내 이커머스 1위 기업이다. 2위는 11번가(1867만명), 3위는 지마켓(1657만명)이다.

올해 초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쿠팡이 내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글로벌기업 출신 임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전 이사 케빈 워시가 임원진으로, 월마트 출신의 재무전문가 마이클 파커는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재무전문가 알베르토 포나로는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선임됐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 역시 투자금 확보 차원이다.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탄생했으나 2014년부터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를 위해2014년 세쿼이아캐피탈과 블랙록으로부터 4억달러 투자를 받았고 2015년과 2018년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총 30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쿠팡의 매출은 2014년 3485억원에서 2018년 4조3546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적자폭도 1215억원에서 1조128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매출 7조1531억원, 영업손실 7205억원을 기록하면서 손익구조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쿠팡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나스닥 상장의 전초전 성격으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 기업가치로 15조원이 제시됐다.

쿠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적절한 때가 되면 상장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아직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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