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규모, 저축은행 사태 이전 수준 회복···구조적 문제는 ‘심화’
서울·수도권 저축은행, 전체 자산의 83% 차지···업계 재편 필요성 제기

자료=저축은행 중앙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저축은행 중앙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저축은행 업계의 지역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전의 산업 규모를 회복하는데 성공했지만 서울·수도권 소재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져 지방 저축은행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 지방 저축은행들이 ‘지역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대형 저축은행이 소형은행들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M&A 규제완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85조4775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 2010년 6월 말 86조3885억원의 총 자산을 기록한 이후 10년 만(6월 말 기준)에 80조원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1년 대규모 부실로 인한 영업정지 사태 이후 저축은행업계는 2014년 자산 규모가 36조7562억원까지 위축됐다. 이후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전 정권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업계는 다시 빠르게 성장하는데 성공했고 마침내 저축은행 사태 이전의 산업 규모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 성장과는 별개로 업계의 구조적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지역간 불균형이다. 저축은행업계는 지역 서민금융 지원, 지역균형 발전, 중소기업 육성 등을 위해 영업권역이 정해져 있는데 각 권역별로 저축은행들의 경쟁력이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 소재 저축은행(23개사)들의 총 자산은 47조6354억원으로 업계 총 자산의 55.73%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인천·경기 지역 저축은행(19개사)의 자산 23조2791억원을 더할시 그 비중은 82.96%로 늘어난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수도권 저축은행들의 비중(80.64%)보다 2.3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현재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은 모두 수도권(서울 7개사, 인천·경기 3개사)을 영업권역으로 두고 있다.

자료=저축은행 중앙회/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저축은행 중앙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실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반기 저축은행 업계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6626억원으로 이중 66.57%(4411억원)를 서울 소재 저축은행들이 차지하고 있다. 인천·경기 지역의 저축은행들도 20.10%(1332억원)에 해당하는 순익을 시현했다. 서울·수도권 저축은행이 전체 순익의 86.67%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지난해 83.46%보다 3.21%포인트 상승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양극화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총 자산은 40조789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47.7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47.23%) 대비 0.4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순익 역시 상위 10개사(4254억원)가 업계 전체 순익의 64.2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방 소형 저축은행들이 고사(枯死)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수 나오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방 저신용자들의 금융소외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다.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하고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들은 완화해 대형사 위주로 업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형사가 지방 소형 저축은행들은 인수해 전국구 저축은행으로 성장하게 되면 지역민들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애초에 금융당국은 이러한 내용들을 담은 규제완화 방안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지원 등 긴급 현안들에 밀려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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