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일시중단’되고 건조 중 선박 기울기도···중소형 공장들은 크고 작은 피해 입어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 동남권을 강타했다. 부산·울산 및 경북 포항 등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중화학 생산시설이 밀집한 지역인데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이 기운 것을 제외하면 다행히 큰 피해는 없던 것으로 파악된다.
마이삭은 3일 오전 1시 경남 거제·통영을 거쳐 오전 2시 20분 부산 남서쪽 해안에 상륙했다. 순간초속 46.6m를 기록하는 등 중형급 태풍의 면모를 보인 마이삭은 오전 6시 30분 경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강한 비와 거센 바람, 높은 파도를 동반한 마이삭으로 1명이 사망하고 곳곳에 정전·침수 피해를 일으키는 등 일대에 큰 피해를 끼쳤다.
이번 태풍은 국내 최대 중화학공업지대를 스쳤다. 주요 생산시설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자동차 생산공장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울산석유화학단지 등에 태풍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되면서 큰 우려를 낳았으나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사전 예방을 철저해 무탈하게 태풍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태풍 상륙을 앞두고 현대중공업은 건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선박 13척을 서해로 피항시켰으며,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내 선접 대기 중이던 차량들을 안전지대로 옮긴 바 있다. 다른 업체들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시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노력에도 피해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도크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 한 척이 거센 바람에 우현으로 약 10도 정도 기우는 일이 발생했다. 도크 내 선박들의 경우 전날 로프를 보강해 계류를 단단히 고정시킨 까닭에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밖에도 중·소형 공장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빗발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고리 3·4호기와 울산 신고리 1·2호 등이 태풍에 의한 송전선 문제로 자동 정지되기도 했다. 고리 3·4호기는 오전 2시 53분과 3시 1분, 신고리 1·2혹기는 0시 59분과 1시 12분 각각 가동이 중단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현재 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발전소 내부가 아닌 외부의 전력계통 이상이 일시 가동중단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업계는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주 초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점쳐지는 하이선은 현재 괌 인근 해상을 지나고 있다. 한반도에 다다를 때 ‘매우 강’ 강도를 기록할 것이란 게 기상청 설명이다. 이 강도에서는 사람이나 큰 돌이 날아갈 수 있다.